'조선노동당의 뿌리' 주장

김일성이 1926년 10월 만주 화전(樺甸)에서 결성했다고 북한이 주장하는 반일청년조직으로, 북한의 공식 문헌에 <ㅌ·ㄷ>(‘트·드’로 읽는다)라는 약칭으로 자주 등장한다.

북한은 타도제국주의동맹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되는 공산주의적 혁명조직"(노동당 규약)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이 조직이 조선노동당의 뿌리이자 "조선인민의 참된 혁명역사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하면서 타도제국주의동맹이 결성됐다는 1926년 10월을 "근대"와 "현대"를 가르는 시대구분의 기준점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북한의 공식 출판물에 타도제국주의동맹이 등장한 것은 1968년부터이다. 이해 백봉이 쓴 "민족의 태양 김일성장군"(1·2권)이라는 제명의 김일성전기가 출간되는데 이 책에서 처음으로 타도제국주의동맹이라는 새로운 조직체가 서술되어 나왔다.

김일성이 1926년 타도제국주의동맹을 결성했다는 주장의 전거(典據)는 광복 직후 서울에서 간행된 최형우(崔衡宇; 일명 崔一泉)의 "해외조선혁명운동소사"(海外朝鮮革命運動小史). 최형우는 이 책에서 김성주(김일성)가 1926년 만주 화전에서 타도제국주의동맹을 결성했다고 기술했고, 66년 8월경 처음 이 책의 존재에 주목한 북한은 이를 기정사실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형우의 이 책은 객관적으로 인정받기에는 중대한 실수를 많이 범하고 있다. 1926년이라는 연도부터가 1929년의 착오로 여겨지고, 김일성의 본명인 김성주를 김성주로 쓴 것이나, 그가 길림(吉林)에서 다녔던 육문중학(毓文中學)을 제5중학이라고 한 것도 잘못이다.

일부 학자들은 1920년대 말∼30년대 초 만주에 타도제국주의동맹이라는 조직체가 실재했고, 김일성이 그 일원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단체가 1926년에 조직됐다거나, 김일성에 의해 조직결성이 주도됐다는 북한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구성원의 나이가 대부분 김일성(1912년생)보다 4∼5세 많았고, 학력도 소학교 출신의 김일성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김일성은 14세 때 우리 민족 최초의 공산주의 혁명조직을 결성한 것이 된다.

타도제국주의동맹은 김일성이 화전에 있던 민족주의적 색채의 학교인 화성의숙(華成義塾) 재학시절 결성한 것으로 주장되고 있다. 종래 북한은 김일성이 26년 3월 이 학교에 입학해 다니다가 6월 아버지 김형직이 사망하자 학교를 그만두고 길림으로 옮긴 것으로 기술해왔다.

그러다가 1972년부터 갑자기 26년 6월 이 학교에 입학해 그 해 말 자퇴한 것으로 고쳐 쓰기 시작했다. 김일성이 26년 10월 타도제국주의동맹을 결성했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그가 3월에 입학해 6월에 학교를 그만두고 화전을 떠났다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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