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탈북자를 도운 혐의로 노동수용소에 수감됐다가 탈출한 조선족이 미국 법원에 의해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자격을 인정받음으로써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다 박해를 당한 중국인이 미국에 망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8일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제9순회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2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재판에서 미국 이민법원이 지난 2003년 내린 결정을 뒤집고 조선족 리쉰(38)씨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다.

리씨는 2002년 중국 지린성에서 탈북자들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중국 공안(경찰)에게 폭행당하고 노동수용소에 수감됐다가 가족들의 도움으로 중국을 탈출해 한국과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입국한 뒤 2003년 5월 "중국으로 되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것이 두렵다"며 망명을 신청했다.

미국 이민법원은 중국 당국의 조치가 정치적 이유에 근거한 박해라기보다는 밀입국자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자금을 제공한 형사법 위반에 따른 처벌이라며 망명 신청을 거부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5만명에 달하는 북한주민들이 굶주림과 억압을 피해 중국으로 도망쳐 나왔고 지난 2004년에는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탈북자 지원을 장려하는 정책을 수립했다"며 "리씨는 미국의 정책과 일관된 방식으로 행동했고 이 때문에 박해를 당했는데도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자격이 없다고 선고한다면 '이상한 형태의 정의'에 해당한다"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미국 뉴욕의 '브레츠 앤드 코벤 법률사무소' 데이비드 김 변호사는 "제9순회 연방항소법원의 관할권에 있는 모든 법원은 이번 판결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고 RFA는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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