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5일 잘 곳이 없어서 연길 시내 건물 계단에서 잠을 자는 꽃제비들./조선DB

북한 함경북도의 회령시가 최근 집결소에 구류돼 있던 `꽃제비(노숙 청소년)들을 농장에 배치해 농장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 25일 전했다.

이 단체의 온라인 소식지 `오늘의 북한소식'은 최근호(제271호)에서 소식통을 인용, 회령시가 2007년 청진시 여행자집결소에 구류했던 꽃제비 70여명을 최근 영수리농장과 궁심리농장에 각각 배치했다고 말하고, `농장 청년독립분조'로 불리는 이들은 "합숙생활이 기본이고, 식사는 각 일꾼(간부)들이 갹출해서 보장"하지만 매일 작업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완수할 때까지 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간혹 밤 10시가 넘어도 과제를 다 할 때까지 숙소에 안 보낼 때도 있으며, 개인별로 하루 단위로 노동 과업을 부과하는 `개인 도급제'를 실시한다는 것.

이들 꽃제비 대다수는 2007년 봄 춘궁기에 부모, 형제를 잃은 도시 출신의 고아들이다.

한 농장 간부는 "다른 농장들도 이런 아이들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 2007년과 2008년에 집결소에 붙잡혔던 아이들중 16살이 넘은 아이들을 농장에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소식지는 전했다.

좋은벗들의 이승용 사무국장은 "북한에서 지난해 봄 춘궁기 때 많은 농민이 농촌을 떠나 농촌 인력이 줄어든 것 같다"며 "농번기를 앞두고 북한 당국이 농촌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집결소에 있던 꽃제비들을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력 착취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북한 입장에선 어차피 꽃제비를 구제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차원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라며 "함경북도에선 회령시 말고도 다른 몇개 군에서 이런 사례가 있다고 들리지만 함북 이외 지역의 사례는 아직 전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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