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은 훈민정음이 반포(세종 28년 음력 9월 상순, 1446년 10월 9일)된지 555주년이 되는 한글날이다.

반면 북한에서 기념하는 한글날은 1월 15일이다.

남한이 훈민정음 반포일(세종 28년 음력 9월 상순, 1446년 10월 9일)을 `한글날' 로 경축하는 반면 북한은 창제일(세종 25년 음력 12월, 1444년 1월15일)을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평양방송은 지난 1월15일 「민족 고유글자 훈민정음 창제 557년」이라는 제목의 글과 「우리 민족의 자랑 훈민정음」이라는 대담 프로그램을 각각 내보내면서 `훈민정음 창제일'을 기념했다.

이 방송은 '우리 인민은 1444년 1월에 민족 고유문자인 훈민정음을 창제해서 민 족의 슬기와 재능을 온 세상에 떨쳤다'면서 훈민정음 창제에 대해 '우리 인민의 생 활과 민족문화 발전에서 하나의 커다란 사변이었다'고 평가했다.

훈민정음 창제일과 관련해 금년에는 별다른 행사 없이 지나갔지만 5년이나 10년 주기로 꺾어지는 해에는 평양에서 훈민정음의 우수성, 민족어의 발전방향 등을 제시하는 기념보고회가 열려왔다.

지난 94년 훈민정음 창제 550돌을 맞아서는 올바른 언어생활 기풍을 확립할 것을 강조했다.

부주석 이종옥, 당비서 김중린 등이 참석한 이 보고회에서 당시 문화예술부장 장철은 '우리의 민족글자 훈민정음은 글자를 만든 원리가 과학적이고 그 구조와 체계가 질서정연하며 모양도 아름답다'고 지적하고 훈민정음 창제를 '민족의 역사와 문화발전에서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열어놓은 커다란 역사적 사변'이라고 말했다.

지난 96년 훈민정음 창제 552주를 맞아서는 훈민정음은 창제배경과 관련해 '우리말을 자유롭게 적을 수 있고 배우기 쉬운 그런 문자에 대한 절실한 시대적 요구로부터 새로운 민족글자 창제사업을 벌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훈민정음 창제일은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따라 지난 66년 5월 등장한 `문화어'의 우수성을 선전하는 계기로도 활용되고 있다.

평양방송은 지난 1월15일에도 양반계층의 `사대주의'와 일제의 `민족어 말살 정책' 때문에 우수한 한글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지만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비서의 어문정책으로 인해 '민족어로서 활짝 꽃 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한의 표준어에 해당되는 북한의 문화어에 정치용어나 과학기술용어, 굳어져 버린 한자어나 외래어 등을 뺀 대부분의 한자어나 외래어가 민족 고유어로 대체된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 지난 48년 개최된 내각 제4차 회의에서 `한자를 완전히 폐지할데 대한 결정'이 채택된 이후 북한은 한글 사용을 권장해 왔는데, 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출판물에서는 이듬해 초부터 완전히 한글만이 사용돼 왔다고 당시 평양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에는 어휘사용의 혼란을 막기 위해 한자교육의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평양에서 발행되는 '문화어 학습' 등은 '학생들이 한자어의 뜻을 모르고 망탕하게(되는대로 마구) 쓰는 현상이 있다' 면서 한글전용에 따라 학생들이 한자어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비슷한 한자를 혼동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북한의 학생들이 자주 혼동해서 사용하는 한자말로는 「막연한 친구」(막역한), 「전과목에 전통하다 」(정통하다) 등이 지적되고 있다.

'문화어 학습'은 또 학생들이 사용하는 말 가운데 「역전앞」 등 의미의 중복현상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자교원들은 말을 올바르게 쓰는 기풍을 세우기 위해 한자를 깊이있게 잘 가르쳐야 한다'며 한자교육의 강화를 촉구했다.

북한에서는 지난 68년 김일성주석의 지시로 한자교육이 부활됐다.

한편 북한은 남한에서 한글날로 기념하고 있는 훈민정음 반포일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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