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64년 이후 인구통계를 일절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89년 이례적으로 유엔인구기금(UNFPA)에 46년부터 87년까지의 인구통계 자료를 제출했다. 이 자료는 북한 중앙통계국과 사회안전부(현 인민보안성)가 공동 주관하는 새로운 주민등록제에 의거해 70년이후의 인구총계에서 군인과 건설돌격대와 같은 유동인구를 제외하는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은 이어 94년 1월 광복이후 최초로 인구센서스를 실시, 그 결과를 '인구일제조사자료집'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중앙통계국이 UNFPA의 도움을 받아 12일간 호별방문을 통해 조사한 이 자료에 따르면 93년 12월 31일 자정 현재 북한인구는 2121만 명이고, 여자 100명당 남자 수를 나타내는 성비는 94.9%로 집계됐다.

이후 북한은 여러 경로를 통해 부분적으로 인구자료를 공개해 왔고 지난 5월에는 최수헌 외무성 부상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99년 기준 인구규모와 평균수명, 사망률, 인구증가률 등 인구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이들 자료는 모두 최초의 인구센서스를 기준으로 각종 자료를 분석해 추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한을 비롯한 세계 여러 기관·단체와 국제기구 등도 북한 인구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북한이 인구자료를 공개하기 전에는 ‘제3의 자료’를 원용해 전체 인구규모를 추정하기도 했다. 일례로 90년대 초 제9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인구 3만 명당 한 명씩 선출된다는 사실을 근거로 전체 대의원 687명을 3만 명으로 곱한 수치로써 전체 북한인구를 가늠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2001년 현재 북한인구를 2225만 명, 평균수명은 남자 62.9세, 여자 67.35세로 추정했다. 국정원은 "북한 인구추계에서는 북한이 발표한 '93년 인구센서스'를 기초로 하여 북한당국의 국제기구 보고자료와 국제회의 발표자료, 귀순자 면접조사 등 가능한 모든 자료가 활용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미중앙정보국(CIA)은 2001년 7월 1일 현재 북한인구를 2196만8228명, 평균수명은 남자 68.04세, 여자 74.15세로 추계했다. 하지만 산출 근거나 방법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 밖에 UNFPA·세계보건기구(WHO)·헤리티지재단 등 해외의 여러 기관·단체와 기구들도 나름대로 인구추계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북한 인구통계와 관련한 북한당국의 발표자료가 외국의 추계치보다 신뢰할만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박사는 "북한이 통계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발표되는 통계수치마저 '우리식'으로 작성하고 있어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99년 9월 대전에서 열린 국제통계포럼)고 지적했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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