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앙방송이 25일 공개한 날짜 미상의 사진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왼쪽 두번째)이 남포시의 천리마제철단지를 시찰하고 있다./뉴시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평안남도 남포시) 시찰을 계기로 새로운 경제 구호인 ’강선의 봉화’를 제시, 주민 동원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시찰, 2012년까지 ’강성대국’ 달성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천리마의 고향인 강선(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의 옛 이름)” 노동자들이 여기에서 ’선봉’에 설 것을 주문했었다.

천리마제강은 6.25전쟁 후인 1956년 고 김일성 주석이 방문, 전후 복구 및 사회주의 경제토대 확립을 위해 처음으로 장기 경제계획을 수립.추진하면서 전개한 대중 노력운동인 ’천리마운동’을 시작시킨 곳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강선의 본때로 용감무쌍하게 앞으로’라는 제목의 장문의 ’정론’에서 “천리마의 고향 강선에서 위대한 불길이 타올랐다”며 처음으로 ’강선의 봉화’를 언급했다.

이 신문은 천리마제강 종업원들이 28일 궐기모임을 열어 북한 전역의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에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채택한 것에 화답하는 형식의 정론에서 “위대한 장군님 몸소 지펴주신 강선의 봉화는 혼연일체의 봉화”라며 김 위원장과 주민간 ’혼연일체’를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우리는 대고조의 불길을 더 힘있게, 더 용감하게 지펴 올릴 것”이라고 말하고 ’강선의 봉화’의 기본 요구는 “우리 식대로 창조하고 제힘으로 번영하고 승리하자”는 것이며 “주저와 보신, 패배주의와 소극성, 비겁과 안일은 노동계급의 것이 아니다”고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천리마제강 종업원들의 ‘편지’도 “오늘의 대고조는 조국의 운명이신 위대한 장군님을 결사옹위하고 사회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사생결단의 투쟁이며 기술혁명의 대고조, 현대화의 대고조”라며 모든 근로자들에게 “2012년까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한 전인민적 대진군에 총궐기하여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을 거세차게 지펴 올리며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 높이, 더 용감하게 들자”고 독려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강선의 봉화’가 북한의 새로운 주민동원체제의 ‘키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94년 김 주석 사망 후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김정일 체제가 공식 출범할 때 ’강성대국(사상, 군사, 경제강국)’론을 들고나오면서, 경제 복구를 위한 동원 슬로건으로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성강의 봉화’, ’낙원의 봉화’, ’라남의 봉화’ 등을 제시해 왔다.

’성강의 봉화’는 김 위원장이 1998년 3월 함경북도 김책시의 성진제강연합기업소(성강)을 시찰하며 “새로운 천리마 대진군”의 선봉에 설 것을 주문한 것을 이곳 종업원들이 철저히 수행할 것을 다짐하면서 등장했으며, 이후 1999년 하반기부터 북한 전역에서 ’제2의 천리마대진군운동’이 전개됐다.

’락원의 봉화’는 2000년 1월 김 위원장이 락원기계공장(평북 락원군)을 시찰한 후 이 공장에 대해 ’제2의 천리마대진군’을 이끌어갈 새로운 봉화의 주역으로 나설 것을 요구한 것을 계기로 등장했으며, 당시 노동신문은 “성강의 봉화에 이어 타오른 낙원의 봉화는 강계정신으로 제2의 천리마대진군에 새로운 박차를 가하여 강성대국 건설의 목표를 기어이 점령하기 위한 총돌격전의 봉화”라고 주장했다.

2001년 등장한 ’라남의 봉화’는 김 위원장이 2001년 8월 러시아 공식 방문을 마친 직후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함북 청진)를 현지지도한 후 북한 언론매체들은 “전당, 전국, 전민을 새 세기 강성부흥을 위한 총진격으로 부르는 새로운 비약과 혁신의 봉화”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이 같은 일련의 ’봉화’는 북한이 1990년대 후반부터 내세우고 있는 ’강계정신’을 기본으로 한 일종의 노력경쟁 운동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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