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주민들은 대부분 추석에 조상 묘소에서 성묘를 겸해 차례를 지내며, 성묘를 하지 못할 경우 집에서 차례를 지낸다.

북한의 조선중앙TV와 중앙방송등은 추석을 맞는 북녘 모습을 전했다. 당간부들이 해마다처럼 혁명열사릉과 애국열사릉에 참배했다. 평양에서는 묘소를 찾는 시민들을 위해 임시버스 노선을 운영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사회과학원 민속학연구소의 학자가 TV에서 추석의 유래와 풍습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추석이 다가오면 묘소를 손질하거나 벌초하는 주민들로 분주해지기는 남북이 똑같다.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도 차례상만은 제대로 차리고 싶어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평상시 구하기 힘든 과일이나 해산물, 김일성 김정일 생일에 어린이들에게만 공급하는 고급사탕과자도 차례에 쓰려고 장롱 속 깊숙이 숨겨두는 집이 많다.


차례상은 묘소에 차린다. 묘소가 멀리 있어 가지 못하는 집에서만 부득이 집에서 차례를 지낸다. 그러나 전통적인 제사법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제사를 크게 모시는 것은 봉건잔재나 가족주의로 비판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집집마다 제각기 적당히 음식을 차려놓고 절을 한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차려놓고 어떤 순서로 차례를 지낼 것인지 정해진 규칙은 없다. 특이한 것은 남한에서 재배(再拜)를 하는 것과 달리 북한에서는 삼배(三拜)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1990년대 초에 요란한 제사를 자제하고 꽃과 묵념으로 대체할 것을 당에서 지시하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흐지부지 됐다.


추석 전날 장마당은 대목을 노린 장사꾼과 제사음식을 마련하러 나온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평소보다 20~30% 정도 비싼 가격에도 술, 과일, 수산물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가족이 함께 모여 떡도 빚고 제사 음식을 마련한다.

추석날은 묘소를 찾는 가족들로 공동묘지는 만원이다. 술꾼들은 이때가 기회라 싶어 이 집 저 집 묘소를 돌며 술을 얻어먹기도 한다. 이웃 묘소의 가족들과 함께 먹을 것을 나누기도 하고 모르는 이웃이 있으면 서로 인사한다.

추석은 하루만 공휴일이지만 직장인들은 3일간 사결(사유가 있어 결근) 을 받을 수 있고, 추석을 전후해 3일간은 도(都)내에 한해 여행증 검열을 하지 않는다. 도를 벗어날 경우엔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

평소에도 붐비는 열차지만 추석이되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고향을 찾는 사람들로 기차 지붕이나 난간까지 발디딜 틈이 없고, 이로 인해 사고도 적지 않다. 제대군인이나 대학졸업생들을 무리 배치하는 경우가 많아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기차를 타고 조상 묘소를 다녀온 사람들은 파김치가 되지만 그래도 집에서 차례지내는 것 보다는 마음이 가볍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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