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마치면서 채택된 남북공동선언은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합의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남북 간의 합의를 경하해 마지 않으면서도, 이것이 또 하나의 선언에 그치고 말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워버릴 수 없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이를 어떻게 호혜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남북경협이 본래의 목적을 위해 능률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지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첫째, 남북경협은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평화정착을 저해하는 궁극적인 원인, 즉 북한 군사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북한이 바라는 것은 경제문제 해결이다. 그러므로 남북경협은 북한 군사위협 제거와 연계되어야 한다.

둘째, 인도적 문제 해결은 현안별로 공정하게 실무적으로 처리한다. 이산가족 문제는 그 근원을 고려할 때 반드시 북한 측만의 책임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으므로,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 등과 관련하여서는 우리가 북측에 공정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미송환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 등과 관련해서는 북측이 의무적으로 조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이산가족문제와 남북경제협력을 연계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셋째, 민간기업의 남북경협에 대한 국가차원의 가이드 라인이 제시되어야 한다. 기업의 외채에 의한 조달자금의 대북투자, 금융기관의 대북자금지원, 투자업종 및 교역품목, 기업윤리 등 더 구체적인 지침이 제시되어야 한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북한 군사위협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하에서 군사력 증가에 직접 이용될 수 있는 사업은 유보되어야 한다.

넷째, 남북경제협력 사업의 우선순위는 북한주민 생활수준 개선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데에 두어야 한다. 작물종자 개량, 농업용 지하수 개발, 축산기술 개선, 기초의약품 생산, 산업공단개발 등이 이러한 우선순위 사업의 몇 가지 예이다.

다섯째, 남북경협에 대한 당국간 논의는 ‘남북경제공동위원회’를 통하여 행하여야 한다. 금번 남북공동선언의 가장 큰 결점은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제협력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북한경제문제는 너무 심각하여 남북경협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북한 측이 건설적이고 평화적인 행동을 통하여 국제사회의 신임을 얻을 수 있도록 조언하여야 한다.

우리는 북한 지도층이 사려 깊고 합리적이라는 점을 의심치 않는다. 따라서 북한 측은 한·미 동맹국이 북한침략 의도를 결코 가지고 있지 않고, 오직 북한으로부터의 군사위협에 대처함에 노력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북한당국이 핵 및 미사일을 포함한 남북한 군비통제에 응해 오기를 기대한다.

우리 국민은 북한당국이 남북 간 군비통제를 포함한 가능한 한 모든 평화정착 방안에 응해 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남북경제협력을 지원할 것이다. 평화정착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통하여 북한은 우리를 돕는 것이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당국은 이를 약속한 것이라고 믿는 우리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 오 관 치 포스코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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