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미국의 테러사태로 인한 피해상황과, 미국이 보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등을 비교적 자세히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그러나 이번 테러사태를 단지 ‘전례없는 습격사건’이라고 부르면서, 테러범이 민간항공기를 공중납치해 저질렀다는 핵심적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간접적으로 부각시켰다.

중앙통신은 “미국 항공회사 여객기 4대가 뉴욕과 워싱턴에 있는 주요 대상들을 거의 동시에 습격하였다”면서 “이 공격으로 미국의 ‘경제위력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 110층짜리 쌍둥이건물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등 피해상황 보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통신은 이어 “뉴욕은 공중폭격을 받은 제2차세계대전 시기의 도시들과 흡사하다”고 외신이 전했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한 인명피해 등 미국이 겪은 혼란상을 부각시켰다.

중앙통신은 또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신문들은 미사일방위계획 강행과 같은 오만한 외교정책이 미국의 국제적 고립을 스스로 초래하였다고 밝혔다”고 보도 내용 중 부정적 부분만을 인용했다. 또 “프랑스의 한 방송은 ‘세계가 강력한 세력으로 보고 있던 미국이 나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했다”고 하고, “일본의 NHK방송은 부시행정부의 미사일 방위계획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고 보도하였다”고 선전했다.

중앙통신은 “부시 행정부는 이번 습격사건을 ‘미국에 대한 전쟁행위’로 선포하고 그에 ‘단호한 보복’을 가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그동안 용의자로 지목해 온 빈 라덴과 그를 숨겨주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 보복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 등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許容範기자 h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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