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일어난 초유의 동사다발 테러사태를 `습격사건'이라고 표현해 주목된다.

위성중계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12일 미국 CNN 등 외신을 인용해 '미국에 대한 전례없는 습격사건들이 일어나 전국이 대혼란속에 빠져 들어갔다'고 논평없이 보도했다.

이번 사태가 테러라는데 대해 이의를 달지 않는 세계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굳이 습격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중동국가와 미국과의 관계를 모두 고려한 것으로, 나름대로 객관적인 입장을 지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역대적으로 중동국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오면서 중동국가들의 반미 및 반이스라엘 정책을 적극 지지해왔다.

또 이번 테러사태를 두고 반미입장을 고수해오던 중동국가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이와 함께 부시 행정부가 출범 이후 대북강경정책을 펴오면서 북한의 반미감정은 급속히 높아졌고 북한 언론에서는 매일같이 대미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은 중동지역의 반미세력이 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사태를 테러라고 표현한다면 향후 중동지역 반미세력의 행위로 밝혀질 경우 이들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더욱이 북한은 지금까지 '모든 형태의 테러를 배격하는 것과 함께 테러를 조장하고 지원하는 것을 견결히 반대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과 여러 차례 테러관련 회담을 가진 끝에 워싱턴에서 모든 국가와 개인에 대한 테러행위를 반대한다는 데 합의하고 `국제테러에 관한 미ㆍ북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은 또 지난 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으로 이듬해 1월부터 14년째 미국의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올라 있는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5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과 관련,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해 나가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우리 정부는 온갖 형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반대하는 원칙적인 입장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서도 테러와 습격은 의미분석에서 차이가 난다.

즉 테러가 '폭력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정치적 적대세력을 위협하고 공갈하는 부정적인 행위'라면 습격은 '갑자기 들이치는 것'으로 습격한 대상이 누구인가에 긍정적 행동으로, 부정적 행위로도 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중동국가의 관계와 북ㆍ미관계 등을 고려해 객관적 입장을 보여주는 습격이란 용어를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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