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어난 초유의 대규모 테러사태에 대해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언론매체들은 12일 오전 9시 현재까지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즉 기회있을 때마다 여러 가지 형식을 빌려 테러에 대한 자신들의 공식 입장을 피력해 왔는데 한 마디로 '온갖 형태의 테러행위를 반대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실례로 북한은 지난 93년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지도자 크리스 하니 살해사건이 발생하자 외교부(현 외무성)대변인의 중앙통신 회견과 정부기관지 민주조선 논평 등을 통해 유감의 뜻을 표시하고 이 사건을 남아공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야만적인 테러정책의 산물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또 북한은 '모든 형태의 테러를 배격하는 것과 함께 테러를 조장하고 지원하는 것을 견결히 반대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98년 8월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케냐주재 미국대사관 앞에서 폭탄사고가 일어나자 북한은 이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모든 종류의 테러행위를 반대한다'고 거듭 천명했다.

당시 북한 외교부 대변인은 관영 중앙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우리 공화국은 유엔회원국으로 모든 종류의 테러행위 및 테러지원을 반대해 왔다'고 말하고 '우리는 앞으로 모든 테러에 반대하는 우리의 신조있는 자세를 변함없이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기존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차원으로 받아들여졌으나 테러피해국이 미국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북한이 종래 미국을 대상으로 테러피해에 유감을 표명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목에 대해서는 좀 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소극적으로 해명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반박하고 역공하는 공세적 자세를 취했던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지난 88년 처음 테러지원국 명단에 북한을 올린 이후 매년 '천만부당하고 공연한 트집'이라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미국이야말로 국제테러의 원흉이라고 반격해왔다.

지난 5월에도 북한 외무성대변인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자 '미국이 테러문제로 어찌해 보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을 오히려 `국제테러의 왕초'라고 비난하고 '우리 정부는 온갖 형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반대하는 원칙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북한이 오히려 미국을 테러의 장본인으로 역공하는 논거는 걸프전이나 코소보사태 등에서 보여준 미국의 패권주의적 군사적 개입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것은 엄밀히 내정간섭이자 국가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로서 일종의 테러행위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 미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공동 코뮈니케에서 '쌍방은 2000년 10월 6일 공동성명(국제테러 북-미 공동성명)에 지적된 바와 같이 테러를 반대하는 국제적 노력을 지지 고무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명시한 것은 주목할만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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