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미국의 세계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심장부다. 15일 낮 엇비슷한 시각, 3개 부처 대변인들의 브리핑이 시작됐다.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몰려 그날 그날 세계의 현안을 놓고 미 정부와 씨름하는 자리다.

백악관 브리핑룸. 국가안보회의(NSC) P J 크롤리 대변인은 “여러분들, 남북정상회담과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의장의 방미에 대해 물을 거죠”라며 웃었다. 첫 질문은 “대북 경제 제재 해제는 어떻게 되나”였다. 곧바로 질문이 이어졌다. “이번 회담으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재평가할 의향은 없느냐” “주한, 주일미군의 규모를 재고할 계획은”….

장면을 바꿔 국무부 브리핑룸. 배리 기자가 스타트를 끊었다. “미국의 밀 5만t 대북 지원과 남북정상회담과는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 잇달아 손을 든 기자들의 관심사도 한반도였다.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어떻게 거론했나” “주한미군의 위상에 관한 (남북 지도자 간의) 토론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들었는가”.

첫 질문이 역시 주한미군으로 시작한 국방부 브리핑룸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남북 정상이 앞으로 통일을 지향한다고 합의했는데, 주한미군의 감축에 이어 철수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

세 부서의 대변인들은 짜맞춘 듯 답변했다. 이번 회담을 한반도 긴장완화의 초석으로 높이 평가하면서도, 북한 미사일과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정책에서 바뀐 것이 없다는 원론을 되풀이했다.

워싱턴의 현장은 한반도가 이제 세계의 ‘화두’가 됐음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더욱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남북한이 더 이상 국제정치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주역으로 섰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4강이 한반도를 향해 던질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해 나갈 것인가. /주용중 워싱턴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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