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하철 선전선동부장이 비서로 승진함에 따라 현재 활동하고 있는 김정일 총비서를 포함해 당 중앙위 비서 10명의 역할분담이 주목되고 있다.

현재 당 중앙위 비서는 김 총비서를 포함해 전병호, 한성룡, 계응태, 김국태, 김기남, 최태복, 김중린, 김용순, 정하철 등 10명이며 김 총비서가 수석비서격인 당 조직비서와 조직부장을 겸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서가 당내에서 1개 부서만 담당하고 있을 때에는 부장을 겸임하고 휘하에 제1부부장을 두고 있지만 여러 부서를 관장하는 경우에는 산하에 제1부부장 없이 부장들만 두고 있다.

현재 공석인 비서직은 국제담당비서와 농업담당비서로, 지난 97년 황장엽 전 국제담당 비서가 한국으로 오고 서관히 농업담당 비서가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줄곧 공석이다.

선전부문은 지금까지 김기남 비서가 관장해 왔으나 지난 5일 승진한 정 신임 비서에게 넘어가고 김 비서는 대신 국제부문을 맡았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정 신임 비서의 업무가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언론계에서 외길을 걸어온 그의 경력이나 특히 노동당 중앙위에 발을 들여놓은 지 불과 1년여밖에 안됐기 때문에 다른 업무를 맡았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기남 비서가 선전부문을 정하철 비서에게 넘기고 국제부문을 맡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가 김 총비서의 최측근인데다 건강문제가 크게 고려돼 비교적 업무강도가 덜한 국제담당비서로 임명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특히 외무성이 지난 95년께부터 내각 성ㆍ위원회 등 북한의 주요 기관 중에서 유일하게 노동당내 관련부서인 국제부의 지시를 받지 않고 김 총비서에게 직속됨과 동시에 국제부 업무 영역도 외국 정당과의 친선활동 등에 제한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국제담당비서의 업무도 줄어들었으므로 건강이 좋지 못한 김기남 비서를 배려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김기남 비서는 지난해 4월 이후 당뇨병과 고혈압 등으로 한동안 공개활동을 하지 않다가 지난달 26일 김 총비서의 강원도 법동군 룡포혁명사적지와 울림폭포 현지지도를 수행하면서 1년 4개월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편 전병호 비서는 군수부문을 총괄하는 비서로 당 군수공업부 부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김국태 비서도 행정간부 인사를 전담한 비서로 간부부(행정간부 인사부서) 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계응태 비서와 김중린 비서는 당내 부장직을 따로 갖고 있지 않고 국가안전보위부ㆍ인민보안성ㆍ사법 및 검찰 등 공안기관과 근로단체부문을 각각 관장하며 최태복 과학교육담당 비서는 과학교육부 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일반 공업부문을 관장하는 한성룡 비서는 경제정책검열부장을 겸임하고 김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경희가 부장을 맡고 있는 당 경공업부도 관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용순 비서는 통일전선부(통전부) 부장을 겸임하고 있으나 통전부 외의 다른 대남부서들인 작전부, 35호실(전 대외정보조사부), 대외연락부(사회문화부)등의 업무에 대해서는 규정상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3개 부서를 담당한 비서는 없으며 각 부장이 직접 김 총비서에게 관련업무를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김용순 비서는 남한에서 흔히 지칭하는 대남담당 비서라기 보다는 엄밀히 말하면 통일전선담당 비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