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언론에는 한반도 주변 정세와 관련된 보도물이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이틀간 북한 방송을 탄 주요 보도내용은 △민족자주 실현 △조속한 미군 철수 △북한 미사일 개발의 정당성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위험성 등에 관한 것들이다.

장 주석이 평양을 찾은 지난 3일 평양방송은 `궁지에 몰린 자들의 미사일 위협설'이라는 제목의 보도물을 통해 MD체제의 부당성을 지적한 후 미사일 개발을 `자위적 대응조치의 하나'라고 강조했고 또 다른 보도물에서는 통일 실현의 최대 장애물로 주한미군을 지목하면서 조속한 철수를 촉구했다.

평양방송은 또 장 주석 방북 이틀째인 4일 한 보도물에서 통일 실현의 근본원칙으로 자주 확립 및 민족대단결 실현을 강조하면서 남북 공조를 통해 외세를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채택한 `모스크바 선언'의 내용과도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는 북한방송의 이러한 보도는 북ㆍ중 정상회담의 주된 의제가 이들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시사한다.

북ㆍ중 정상이 공동선언이나 공동성명 등을 발표할지 아직까지는 미지수지만 공통된 의견을 담은 문건을 채택한다면 이러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장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남북 쌍방이 대화를 추진하고...자주적으로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을 지지하며, 조선이 미ㆍ일, 유럽연합 등 각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최종적으로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힌 대목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양국의 관심사가 경제협력보다는 우호협력 관계를 한층 확대하는 정치적 측면에 집중돼 있을 것이라는 일부 관측을 놓고 볼 때 11년만에 평양을 다시 찾은 장 주석은 한반도나 북ㆍ미 관계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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