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정상(정상) 공동선언의 제3항이다. 올해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 사항은 이제부터 남북이 협상해야 한다.

우선 협상 창구는 적십자사가 될 것이다. 85년 고향방문단(남과 북 각각 151명) 때도 남·북한 적십자사 접촉으로 성사됐다.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할 수 있다. 우리 측은 가능하면 직접 고향까지 방문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나 북한 측의 수용여부는 불투명하다. 그것이 안 되면 남측은 평양에, 북측은 서울에 방문단을 보내 상봉을 성사시킬 수 있다. ‘교환’이라는 표현에 충실하면 그렇게 되는데, 85년과 같은 방법이다. 현재로선 체제 부담 등을 고려하면 북측이 이 방법을 고집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난제는 규모다. 우리의 경우 이산 1세대는 1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가능하면 이들의 가족 상봉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고령이기 때문이다. 1990년 정부의 방북신청 접수 결과, 6만1355명이 신청했었다. 접수기간이 불과 4일간이고 방북 가능성이 희박했는 데도 그 정도 됐다. 따라서 정상회담 결과로 이산가족 방북신청을 받는다면 훨씬 많은 숫자의 신청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적십자사 회담이 시작되면 늘 대규모 방문을 요구했으나 북한 측은 달랐다. 항상 축소지향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대규모의 고향방문단 사업이 진행될 경우 북한 측은 체제위협 요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베일을 벗고 서방세계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번 정상회담 이후 북한 측이 변화를 보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여부도 관심인데 공동선언은 언급이 없다. 오히려 8·15라는 시기를 명시해 교환에 합의한 점을 보면 정례화보다는 ‘1회성’을 연상케 한다. 정부는 그러나 면회소 설치 등에 따른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나 최소한 생사·주소 확인, 서신왕래 등을 북한 측에 촉구하기로 했다. 남·북한은 이 부분을 놓고 의견을 달리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남·북한의 합의 아래 상봉한 사례는 85년 고향방문단 때가 유일하다. 남과 북에서 151명씩 서울과 평양을 방문,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만났다. 가족단위 상봉은 남쪽 35가구, 북쪽 30가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북한 측은 이후 법률적, 사회적 장애 제거를 내세우며 회담을 거부, 1회성으로 그치고 말았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북한의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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