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배후에는 양측 정상(정상)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통일전문가’들이 있었다. 남북 공동선언을 막후에서 조율한 임동원(임동원) 대통령 특보와 김용순(김용순)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이 그들이다.

두 사람은 14일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략적으로 합의한 사항을 받아 자구(자구) 하나 하나를 따져간 후 공동선언의 초안(초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14일 만찬 도중, 마지막 절충을 위해 별도접촉을 가지기도 했다.

임 특보는 김 대통령의 포용정책의 핵심 참모이다. 이번 정상회담도 사실상 그의 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1월부터 베이징(북경)에 비밀리에 사람을 보내 북측과 접촉을 시도,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으며 회담 전략까지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규(박재규) 통일부 장관이 추진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선 사령탑이라면, 임 특보는 뒤에서 모든 것을 기획·조정하는 대통령의 참모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한다.

김용순 위원장은 노동당 대남비서까지 겸하고 있다. 대남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은 남다르다. 공식 회담에서도 ‘용순 비서’라고 부를 정도다. 원래 북한에선 대남사업 책임자가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쉽게 교체하지 않는다. 정책의 연속성과 함께 비공개적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김용순 위원장이 지난 90년대 초 대남사업 비서에 오른 후 남한의 상대역인 통일부 장관은 무려 7~8명이 바뀌었을 정도다. 김정일 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와 노동당 국제부 시절에 가깝게 지낸 인연으로 김 위원장의 측근으로 발돋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공식 시찰 때 동행하는 것은 물론, 사적(사적) 자리에도 늘 참석할 정도로 신임이 각별하다고 한다.

/김인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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