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증시는 55년만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뜻밖의 폭락으로 응답했다.

서울 증시는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을 떠난 13일 폭락세를 나타낸데 이어, 그가 서울로 돌아온 이날도 대폭락장을 연출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48.32포인트(5.9%) 떨어져 770.95로 마감했다. 종합주가지수가 770선으로 밀린 것은 지난 2일 이후 약 2주만이다. 코스닥지수도 150선이 무너지면서 11.34포인트(7.3%) 내린 143.42를 기록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특히 그간 남북 경협 수혜주로 꼽히며 폭등세를 보였던 건설·비료·농약업종에서 하한가 종목이 속출, 하락 장세를 선도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정보부장은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지면서 정상회담에 가려졌던 증시의 악재 요인들이 새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중견기업 자금 악화설이 나돌아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전문가들은 또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엄청난 재료이긴 하지만 이미 주가에 많이 반영됐으며, 사업 계획이나 재원 조달 방안 등 후속 조치가 구체화돼야 비로소 증시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남북 관계 개선이 단기적으로 오히려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높았다.

굿모닝증권 손종원 연구위원은 “15일의 주가 폭락은 남북 경협이라는 비즈니스가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이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크레디리요네증권은 “단계적인 남북 관계 발전은 시장에 긍정적 측면이 많고, 특히 북한의 개방은 남한을 매력적인 직접 투자국 후보로 만들고 정치 리스크를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증권사는 또 정상적이고 단계적인 경제 개방이 이뤄질 경우 수혜주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와 일부 건설사, 그리고 SK텔레콤 등의 통신기업을 꼽았다.

또 동원증권 정동희 수석연구원은 “재원 조달을 걱정하지만 이번 회담으로 북·일 수교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 경우 50억~100억달러의 대일 청구권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며 “북·미 수교가 될 경우엔 IBRD(세계은행) 등에서 차관 조달이 가능해 경협이 수익성있는 비즈니스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지훈기자 jh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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