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14일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총론으로는 적극 환영을 표시했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평가를 유보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특히 주한미군 문제와 국가 미사일 방위(NMD) 체제 등 앞으로 미국의 동북아 방위 전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 불거질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기쁘게 생각한다”고 코멘트했고, “합의문에 서명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 “정상회담이 가져온 결과를 환영하며 앞으로 한반도 긴장완화로 이어지길 바란다”(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 등 실무자들도 일제히 긍정적인 평가를 앞세웠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정상회담 이후의 상황 전개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록하트 대변인은 “앞으로 결실을 맺어 나가는 과정이 실제로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난 이틀간의 성공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메커니즘(mechanism)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바우처 대변인의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이슈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인식한다”, “아직 분석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는 언급은 미국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바우처 대변인은 ‘미국의 국가 미사일 방위(NMD) 체제의 필요성이 이번 정상회담으로 줄어들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북한으로부터의) 잠재적 위협을 바꿀 수 있는 어떤 변화의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NMD를 계속 추진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록하트 대변인은 또 주한미군의 위상 변화에 대한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 단계에서 얘기하지 않겠다”며 “한반도 안정에 대한 우리의 공약은 확고하며 우리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중기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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