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공동선언문이 발표되자 실향민들은 흥분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계봉경(계봉경·여·68)씨는 15일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 만족한다”며 “대통령이 실향민에게 최대의 선물 꾸러미를 들고 왔다”고 말했다. 10년 전 북한에 살고 있는 여동생 한필화(한필화·전 국가대표 스케이트 코치)씨와 동경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던 한필성(한필성·66)씨는 “두 정상이 합의하는 모습을 보고 그저 가슴이 뭉클했다”며, “이젠 꼭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이북5도청 이산가족통합센터에는 실향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향방문 신청과 이산가족 상봉 신청 문제를 문의하는 전화도 폭주했다. 이산가족통합센터에는 이산가족찾기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몰려든 실향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산가족통합센터 김대열(김대열·39) 계장은 “신청자가 평소 10배를 넘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센터 개설 이래 최대 접수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돌발적 성격 때문에 또 바뀔지도 모를 일”이라며 경계심을 보이는 실향민도 적지 않았다. 또 고향방문단 규모와 일자를 정하지 않고 8·15 즈음이라고만 명시한 합의문 내용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승봉(유승봉·77)씨는 “생사확인도 안하고 고향에 갔다가 아무도 못 만날 수 있다”며 “이산가족 상호 방문 차원을 떠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문제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실향민들은 85년처럼 극소수의 상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전체 실향민을 대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 부설 동화연구소 이기원(이기원·50) 실장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고향방문단 상호 교환으로 한정시키지 말고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선기자 bschung@chosun.com

/이세민기자 joh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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