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10차 국제수달총회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수달 전문가들이 12일 비무장지대(DMZ) 인근 수달 서식지를 답사했다.

35개국 150여명의 수달 연구가들은 이날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화천 파로호에서 카페리를 타고 북상해 남북갈등으로 탄생한 최전방 평화의 댐을 돌아봤다.

이어 군복을 갈아입고 민간인 출입통제선인 평화의 댐 상류 `안동포 철교'를 찾아 북한강 상류에 서식하는 수달 실태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곳에서는 한국수달연구센터가 군 당국의 승인을 받고 작년 10월과 올해 5월 전파 발신기를 장착한 수달 2마리가 방사했으며 이 가운데 한 마리는 최근 종적을 감췄다.

한국수달연구센터 한성용 소장은 "사람은 50여년 동안 비무장지대 철책선을 넘어 다니지 못했지만 남과 북의 수달은 강에서 자유롭게 만나며 남북통일을 이뤄왔다"면서 "평화의 댐 상류 북한강 지역은 50년간 사람들의 인위적인 접근이 차단되면서 산과 물의 야생동물들이 공존하는 중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IUCN 수달전문가그룹(OSG) 짐 콘로이 회장은 "수달은 남북한 비무장지대를 통행하는 동물이므로 수달을 보호하기 위한 남북한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지역을 국립공원처럼 만드는 것은 야생동물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달총회에 참석한 일본 총련계열의 조선대 정종렬(62) 교수는 군당국이 비무장지대 답사를 불허해 평화의 댐에서 아쉽게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정 교수는 현재 북한 국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군은 이런 인사가 남측 비무장지대 출입을 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그의 DMZ 답사를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수뇌회담(남북정상회담)으로 정세가 좋아졌지만 아직 긴장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일행과 함께 군사분계선 투어에 가고 싶지만 어렵게 됐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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