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다시 '영웅주의' 캠페인이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가장 가깝게는 '고난의 행군 시기' 였던 지난 90년대 중반 이 '영웅주의'가 전 사회를 휩쓸었었다.

이 무렵에는' 정치 경제 등 모든 것이 어렵지만 영웅적인 기상으로 난관을 뚫고 나가자'는 의도에서 나왔는데 그때부터 계산하면 5~6년만에 다시 '영웅주의'가 고창되고 있는 셈이다.

북한에서의 '영웅주의' 캠페인은 예나 지금이나 특히 청소년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청소년사상교양의 정도가 북한체제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북한당국의 인식에서 비롯된 조치이다.

최근 함경북도 무산고등중학교를 `영웅무산고등중학교'로 명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3일 위성중계된 중앙TV에 따르면 이 학교에서는 12명의 영웅이 배출돼 이처럼 학교 이름을 명명했다.

이 학교에서는 또 영웅들과의 상봉모임을 자주 갖는 등 영웅들을 따라 배우기 위한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고 중앙TV는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에서 영웅학교로 명명된 학교는 △함경남도 신포시 영웅룡원고등중학교(15명) △함경남도 홍원군 영웅홍원고등중학교(10명) △함경북도 명천군 영웅황곡고등중학교(9명) 등이 있다.

또 평안북도 구장군 `김광철고등중학교'(전 룡문고등중학교), 평양시 중화군 `길영조고등중학교'(전 초현고등중학교)등은 이들 학교에서 배출한 영웅의 성명으로 개칭한 것인데 이같은 고등중학교와 인민학교는 40여개교에 이르고 있다.

최근 불고 있는 북한사회의 '영웅주의' 열풍은 이미 금년초부터 그 조짐이 나타났었다.

노동신문이 새로운 시대의 표상으로 '영웅적 사나이'를 제시한것이 그 단서가 됐다.

신문은 '영웅적인 사나이'의 특징으로 △남들이 하나도 하기 어렵다고 도리질할 때 열,백가지도 해내겠다고 접어들며 △보통사람들이 입을 딱 벌릴 정도로 궁냥 (궁리)을 크게하고 요란하게 판을 벌이며 △ 기성관례를 뛰어넘고 상식을 뒤집어 놓으며 일을 하는 것 등 세가지를 꼽았다.

최근 북한사회의 '영웅주의' 열풍은 '영웅찬가'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포화의 그 시절은 저 멀리 흘러가도/ 영웅의 모습은 살아있어라/ 청춘의 붉은 심장 고국에 바친 병사/ 영원히 그 나이 열여덟이였네.] 90년대 중반 발표된 이 찬가의 제목은 '영웅의 나이 열여덟이었네'인데 이 찬가는 특히 '김광철'등 유명한 영웅들을 소개할때 함께 게재되고 있다.

김광철은 군사훈련중 대원들을 구하기 위해 폭발직전의 수류탄을 몸으로 덮어 청춘을 바쳤다는 병사이다.

김광철은 사망후 90년대 첫 영웅으로 부각되면서 '김광철 영웅처럼 살며 투쟁하자','김광철 영웅처럼 90년대 청년영웅이 되자'는 구호의 주인공이 되기도했다.

북한에서 '영웅주의'의 역사는 정권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예를 들어 6.25전쟁때는 '전쟁영웅'이, 천리마운동이 본격화되던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까지는'노력영웅'이, 그리고 '3대혁명의 시기인 70년대 초~80년대 중반에는 '과학기술영웅'들을 등장시켜 이 캠페인을 전개했다..

80년대 후반이후 지금까지는 김일성주석과 김정일총비서 체제를 수호키 위해 목 숨을 바쳤다는 군인,혁명투사들이 재조명되면서 이들을 본받자는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비전향장기수 이인모 노인은 이 캠페인의 대표적인 주인공이었다.

북한에서 '영웅주의' 캠페인은 개인의 희생과 헌신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는 김일성주석이나 김정일총비서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의 단선구조를 통해 집단화를 지향하는 체제의 성격으로 비추어 보면 납득이 가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김일성 부자를 북한체제 그 자체로 설정하고 이들을 위한 희생을 '값진 희생'으로 몰고가는 것은 어떠한 설명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95년 4월 강원도 철원군 부압리에서 김일성주석과 김정일총비서를 소재로 한 미술품과 관련도서를 구해내기 위해 일곱차례나 화염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사망한 이복지가 '총폭탄 영웅'의 전형으로 소개된 것은 이의 대표적인 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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