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몇 시에 북한이 기자회견을 열까.”북핵위기 해결을 위한 3차 6자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취재진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궁금증이다.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한밤중에 갑작스런 기자회견을 가진 것을 기억하고 있는 취재진이다. 북한 대표단은 2월 말 6자회담 당시 저녁 9시쯤 베이징주재 북한대사관 앞 도로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부 외신기자에게 전화를 통해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통보한 지 15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북한 관계자는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낭독한 후, 곧장 대사관 안으
지난 15일 0시부터 전방 초소지역의 남북상호선전방송이 중단되고, 대형 전광판의 불이 꺼졌다. 언론들은 이달 초 속초에서 열린 남북군사회담의 가시적 성과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여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군사분계선상의 확성기 선전방송 중단은 그동안 장비의 열세로 인해 그다지 선전의 효과를 거둘 수 없었던 북측이 원하던 바였다.북한이 비록 귀에 들리는 심리전 활동은 중단했지만, 그것이 모든 심리전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우리 국민들이, 혹시 사이버상에서 진행되는 북한의 조직적이고, 다양한
김재호·뉴욕 특파원 jaeho@chosun.com미국 뉴욕 맨해튼의 코리아 소사이어티(한·미 간 우호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는 17일 저녁(현지시각) 귀중한 연사 한 분을 모셨다.미국 토머스 제퍼슨 의대 병리학 명예교수와 중국 옌볜(延邊)의학원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현봉학(玄鳳學·82) 박사.한국전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중공군에 포위를 당해 퇴각할 수밖에 없었던 국군과 유엔군은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철수 작전을 개시했다. 당시 흥남항에는 민간인들이 몰려들었으나, 미 10군단장 알몬드 소장은 군인과 군장비 수송을
바츨라프 하벨V clav Havel전 체코 대통령루돌프 브르바와 알프레드 베츨러라는 두 인물이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탈출하여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 캠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을 폭로한 지 꼭 60년이 지났다. 옛 소련의 범죄와 잔인한 실상들도 아서 쾨슬러, 지리 베일, 그리고 알렉산더 솔제니친 등의 글로 인해 그 윤곽이 공개됐다. 다행히도, 인간에 대한 엄청난 범죄에 대해서는 직접 목격한 증인을 통해 폭로하려는 시도가 각 시대별로 있어왔다. 리시 판은 크메르루즈 테러를, 카난 마키야는 사담 후세인의 잔혹한 수용소들을, 그리
중국이 탈북자 7명을 북한으로 보냈다. 그런 중국 정부가 지금 북한 내 가족들이 보고 싶어 탈북자들 스스로 선택한 북행(北行)이며, 반체제 인사가 아니면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처벌받지 않는다고 우기고 있다. 이들은 한국으로 오기 위해 중국 대륙을 남하해 지난 2월 베트남 국경을 넘으려다 중국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한국행을 요구하는 단식농성까지 벌이며 수용소에 갇혀 있었다. 이처럼 모진 고생을 무릅쓰고 먼 길을 돌아서 한국 가는 길을 뚫으려 했던 이들의 ‘자유 의사’가 북한행으로 바뀌었다면 그건 그만큼 수용소 생활이 모질고 가혹했다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시아판 최신호 표지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흡족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을 싣고 ‘이 사람이 왜 웃고 있을까’란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게재했다. 타임은 한국 내 좌파 민족주의(leftist-nationalist)의 집권, ‘악한 용’(미국)이 ‘로미오와 줄리엣’(남과 북)의 ‘결혼’(통일)을 방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초등학교 4학년 통일 교육 교재, 핵 개발에 따른 북한의 입지 강화, 한·미동맹 동요 등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김정일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이 보도를 그냥 흘려보
李先敏 문화부 차장대우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이 사무처장으로 ‘승진’하던 지난 주말 40대 정치학자 몇 명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처장과 동년배인 이들은 그와 아는 사이였고, 따라서 모임의 첫 화제는 자연스럽게 이종석씨의 ‘실세(實勢) 부상’이 됐다.학계에서 비중이 상당한 이들 중견 학자들은 이종석 사무처장의 학자적 성실성과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씨는 북한 연구의 지평을 한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국 전쟁과 남북한 체제 경쟁 때문에 한국의 북한 연구가 오랫동안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배되던 상황
/ 파주=장일현·사회부 기자 ihjang@chosun.com 왼편에서 흘러오는 한강과 오른편에서 흘러오는 임진강이 하나로 만나 김포 앞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곳, 경기도 파주군 교하(交河). 그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해발 112m 오두산 정상의 우리측 ○○부대 초소에서는 16일 오전부터 확성기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우리측은 하루 전 ‘자유의 소리’ 방송 등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했었다. 가로 3.5m, 세로 3.5m 크기의 대형 스피커 48개가 다발을 이룬 이 확성 장치는 소리가 널리 퍼지는 밤이면 12㎞까지 북측을 향해 ‘남한의
6·15 남북 공동선언 4주년을 맞아 공동선언 이후에 대한 남북 양측의 평가와 주변 강대국들의 시각을 점검하는 국제학술회의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과 북한 통일문제연구소 공동 주최로 오늘 서울에서 열린다.남북정상회담이 남긴 공(功)과 과(過)는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논쟁적이다. 남북 교류를 앞당기고 한반도의 긴장을 누그러뜨린 결정적인 계기였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국민들의 안보 의식을 무너뜨려 한·미동맹이 뿌리째 흔들리는 요즘의 사태를 있게 만든 원인(遠因)이었다는 비판이 있다. 회담을 앞두고 국민 몰래 북한에 5억달러를 건넨
이하원·정치부 기자 may2@chosun.com 지난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이종석 사무처장 체제로 개편된 후, 외교통상부에서는 아무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외교관들은 이에 대한 반응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한숨을 내쉬거나, 알 듯 모를 듯한 웃음을 지을 뿐이다. 하지만 외교부 내부에는 현 정부 들어 외교부의 힘이 많이 약화된 가운데, 이 처장이 안보회의의 명실상부한 실세가 됨으로써, 그의 독주(獨走)가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특히 주한미군 감축논의로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에 ‘자주파의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으로 21조 4752억원을 요구했다. 올 해보다 13.4% 늘어난 액수이며 국민총생산(GDP) 대비 부담율도 2.9%로 0.1%포인트 늘어난 액수이다. 그 동안 이 정부 실력자들이 ‘국민적 자존심’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협력적 자주국방’이란 멋진 구호를 내건 다음 국민에게 돌아 온 ‘첫 청구서’다.문제는 이 청구서에도 아직 주한미군 철수에 따른 전력공백을 메울 예산 항목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추가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욱 걱정되는 점은 정부 스스로가 도대체 얼마나 더 국방비를 늘려야
오가와 하루히사(小川晴久) 도쿄(東京)대 교수는 요즘도 30도를 넘는 도쿄의 아스팔트 위에서 북한 참상을 고발하는 전단을 나눠준다. 60년대에는 재일교포 북송 사업을 지지하던 ‘친북주의자’였던 그는 그 후에도 김지하 구원활동에 나서는 등 줄곧 한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비판해 왔다. 그러다 94년 북한 실상을 탈북자들로부터 듣고 젊은 날에 대한 반성으로 지금은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을 직접 만들어 뛰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의 원주민들 참상을 눈으로 보고 공산주의자가 됐던 작가 앙드레 지드는 1936년 고리키의
빅터 차美 조지타운대 교수·국제정치학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기각되고 17대 국회가 출범함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먼저 비틀거리는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최근 언급했듯이, 단기 처방에 비중을 두어서는 안되고 개혁은 국가 경제의 장기적 성장과 건전성을 보장하는 근간들에 집중돼야 한다.경제 회복의 관점에서 최우선 과제는 서비스 분야에 기반한 경제로 성공적 이행을 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한국인들에게 경제적 성과의 지표는 수출이었다. 한국은 수출에서 40%대 성장을 기록하
理事기자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당국자들이 주고받는 발언을 보면 모두가 말장난처럼 들린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절반 가까운 병력을 철수시키겠다면서 “전력(戰力)을 더 강화하는 조처”라고 강변하는가 하면, 한국측은 ‘반미’에 ‘자주’ 운운하며 나가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감축 규모와 시기를 “수용 못하겠다”고 짐짓 딴청을 부린다.이제 양쪽의 속셈이 거의 다 드러난 마당에 바람잡는 소리들일랑 그만하고 한국의 안전보장과 동북아의 평화보전을 위한 구체적 대안과 함께 솔직한 고민들을 털어놓아야 할 시점에 왔다. 더 이
河英善서울대·국제정치학불안하다. 서울에서 열린 한·미 간 주한미군 감축 협의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다. 불안은 기우(杞憂)일까. 럼즈펠드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싱가포르에서 가졌던 라운드 테이블 토론에서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과 조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뼈 있는 답변을 했다. 앞으로 부딪힐 가장 어려운 일은 어떻게 20세기 사고(思考)를 중단하고 21세기 사고로 문제를 풀어 나가느냐라는 것이다.감축 협의 테이블의 한·미 간에는 20세기 탈(脫)냉전과 21세기 변환(transformation)의 논리가
미국이 주한미군 1만2500명 감축 계획을 한국에 밝혔다고 한다. 주한미군 감축 규모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차례 비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어서 특별히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문제는 우리에게 미군 철수로 인한 전력을 보강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는 듯한 철군 스케줄과 함께 이런 계획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는 미국의 방식이다. 미국측은 감축 계획을 한국측에 사실상 ‘통보’했다고 한다. ‘협상’을 하자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한·미동맹 이상무(異狀無)’라는 말로 진실을 덮을 것이 아니라 ‘엎질러진 한·미동맹’의 실상을
洪官憙통일연구원 평화안보실장요즘 많은 국민들이 안보위기를 걱정한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이 한국의 방위역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큰 관심사인 동시에 우려사항이다. 미군 감축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배경에 대하여도 의아스러워 한다. 역사적으로 북한 도발에 대응, 자유 한국을 수호하는 일은 미국의 중요한 세계안보전략 과제의 하나로서, 주한미군 감축이 그렇게 쉽게 결정될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해외병력 재배치(GPR)’의 일환으로 이해하면서도, 반미감정 확산 및 한·미 간 대북 핵공조 이상이 미국의 결정에 크게 작용했으리라는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제9차 회의는 경협사업들에 새로운 추진력을 불어 넣었다. 개성공단의 시범단지를 6월 말까지 완공하고 금년 말까지 제품 생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경의선과 동해선의 도로는 10월까지 개통하고 철도는 시험운행을 거쳐 내년에 개통키로 했다.남북경협이 이렇게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는 것은 우리측에게 개성공단과 동해선 연결 등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독촉할 정도로 적극적인 북한의 태도 때문이다. 여기에다 우리의 대북 식량지원 등이 경협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남북 경협이 지나치게 북한의 필요와 선택에 의해서
남북 장성급회담의 합의사항들은 남북한 군사대치 지역의 긴장을 낮추고 서로간에 믿음을 쌓아갈 수 있는, 작지만 단단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양측이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당장 필요하고 실천가능한 것들부터 합의를 이루었다는 사실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북한이 서해상의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우리측 제안을 대부분 수용한 배경에는 현상태에서 남북간 유화 국면을 조성하는 것이 체제 전략상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것이다. 파탄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나, 남북간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 보다는 유화적 국면으로 이
여시동·베이징 특파원 sdyeo@chosun.com중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비극으로 꼽히는 천안문사태 유혈진압이 4일로 15주년을 맞았다. 개혁개방 10년의 부작용과 병폐가 대규모 학생 시위라는 폭발적인 형태로 분출됐던 천안문사태는 15년 세월이 흐르면서 중국인들 기억 속에서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지난달 20일 천안문 시위 지도자 왕단(王丹)을 비롯한 저명 반체제 인사 67명은 해외에서 천안문사태의 진상 규명과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하지만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이들의 요구는 중국 정부의 침묵 속에 갈수록 주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