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동북아지역의 다자안보대화체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반면, 아·태지역의 다자간 대화체에는 적극적인 참여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00년 7월 27일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에의 가입에서도 알 수 있다. 즉 북한은 동북아 다자안보대화체를 북한체제와 정권유지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좀 더 포괄적인 범위의 아·태지역 다자안보대화체는 고립노선에서 탈피, 역내국가들의 지원을 통한 체제안정과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있어 유용한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ARF 가입 의지는 최근 필리핀과 호주에 대한 수교 및 국교정상화 작업이 급진전되면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호주 외무부대표단이 외교관계 중단한 후 25년만에 방북한 2000년 2월 말까지만 해도 북한은 ARF 가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북한은 호주의 ARF 가입 권유에 대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중 미얀마와 함께 미수교상태인 필리핀과 국교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ARF에 미수교국이 남아 있을 경우 회원국으로 가입하더라도 각종 협상 등에서 다른 나라와 동등한 지위와 발언권을 갖지 못한다는게 북한측 설명이었다.
북한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던 호주 및 필리핀과의 수교문제가 순탄하게 풀려나가자 종전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호주와 태국 등 회원국들의 지원 요청을 강화하는 등 ARF 가입노력을 서둘렀다.
이와 같은 북한의 태도변화는 첫째, 테러지원국 대상국에서 제외될 경우 이뤄지는 대북 무역 및 금융제재조치 해제 상황을 상정, 아태지역 국가들과 경제 교류 및 협력 강화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 둘째, 역내 국가들과 정치·안보분야의 교류를 통해 호전적이라는 기존의 대북 이미지를 개선해, 식량 등 구호물자와 차관 지원을 받아 체제위기의 원인이 되는 심각한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 셋째, 역내 국가들과 인적, 물적 교류를 확대해, 석유 등 각종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동남아에 대한 무기 판매 등으로 외화를 조달하겠다는 계산 등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 구성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1999년 10월 14일 북한 외무성대변인은 관영 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가운데 현단계에서 동북아지역의 다자간안보협력체를 구성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해 대화체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또한 1999년 10월 19일자 노동신문은 논평을 통해 "동북아시아 지역의 다자간안보협력체와 같은 것을 내오는 데 찬성하지 않으며 한반도 문제가 그 논의 대상이 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반도 통일문제는 당사자들 사이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자간 안보협력체라는 것을 내오려 하는 것은 당사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반대이유를 밝힌 바 있다.
작성일:2013-10-29 17:32:27 203.255.11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