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북한당국이 관영 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신의주특별행정구 기본법」(이하 신의주특구법)은 지난 1990년 4월에 채택된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이하 홍콩특구법)과 상당히 유사한 법적 체계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신의주특구법은 홍콩특구법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자치권을 특구에 보장하고 있다. 구기(區旗)와 구장(區章)을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상징적인 독립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국방 및 외교권을 제외한 입법·행정·사법권을 특구에 부여하여 실질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는 점도 동일하다.
다만 군대의 주둔에 대해 홍콩특구법이 기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반면, 신의주특구법에서는 「필요에 따라」 주둔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향후 북한 인민군의 신의주특구 내 주둔 여부가 주목된다.
같은 특구라 하더라도 선전특구는 일부 경제사업에 대한 권한만 허용받은 반면, 신의주와 홍콩은 입법·사법·행정에 걸쳐 자치권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선전이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틀 내에서 개혁·개방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이라면, 홍콩과 신의주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틀 속에서 중앙의 정치경제체제와 분리된 채 완전한 시장경제체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특구의 행정·관리 기구체계 역시 신의주특구가 행정장관을 중심으로 행정부와 입법회의·검찰소 및 재판소를 두고 있는 점도 홍콩의 기구체계와 거의 유사하지만 몇 가지 다른 점도 눈에 띈다.
우선 특구를 대표하는 행정장관의 경우 홍콩은 임기 5년에 1차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나, 신의주특구법에는 임기에 대한 규정이 없다. 또한 행정장관의 자격에 대해서도 신의주특구법에서는 연령이나 거주연한, 국적 등의 제한조건 없이 특구 주민으로 「사업능력이 있고 주민들의 신망이 높은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입법회의 의원의 자격은 양측 모두 외국인에게도 허용하고 있지만, 홍콩특구는 외국인을 전체 의원의 2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홍콩의 입법회의가 행정장관에 대한 탄핵권을 갖고 있는 반면,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행정장관의 임명·해임권을 갖고 있다. 같은 특구이면서도 선전이나 쑤저우(蘇州)에는 법 제정권을 지닌 입법회의가 없었으며, 입법권이 없는 지방의회가 있었을 뿐이다.
토지와 자연자원은 홍콩·신의주 모두 기본적으로 국유자산이며, 다만 그 관리·사용·개발·임대 등의 권리만을 특구에 이양하고 있다. 또한 홍콩과 신의주는 재정 조세제도 금융·통화정책 등에 대해서도 자체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는 재정·조세·금융정책 수행에서 자율권을 갖지 못했던 선전이나 쑤저우와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에 공개된 신의주특구법은 전체적으로 홍콩특구법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행정장관의 권한이나 일부 입법회의 및 행정부 구성원의 조항에 있어서는 홍콩에 비해 훨씬 자율성이 부여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자체 여권과 구기(區旗), 구장(區章)을 사용토록 하고, 북한내 타 지역여행과 외국 이주에 관한 사무를 독자적으로 맡도록 한 것도 특구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명문 규정들이 얼마나 실제적으로 보장받고 운용될지는 미지수이며, 신의주 특구 운영에 관한 법규를 마련했다해도 특구 내에서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행정제도, 금융제도, 기업 구조 등을 국제 규범에 맞게 운영하고, 특구 공무원의 청렴하고 신속한 행정 및 계약의 자유, 소유권 보장, SOC 확충, 환전의 편리성, 송금 안전성 보장 등의 조치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특구의 성공여부는 불투명할 것이다.
작성일:2013-10-25 16:06:16 203.255.11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