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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 주민위해 연일 새벽까지 비지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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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chosun
등록일
2004-05-12 08:42:33
조회수
3234
대한통운 일산물류센터 팀장…"지원품 2000t 실어보내"

“보름만에 무려 2000t어치의 용천 지원품이 실려나갔습니다. 북한 주민을 도우려는 우리 국민의 열기가 이렇게 뜨거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북한 용천으로 향하는 국내 구호지원품의 집결지인 대한통운 일산물류센터의 곽동혁 팀장(45)은 12일 “사태 발생 20일 가까이 된 요즘도 적지 않은 구호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곽 팀장은 북한 용천 폭발 사고가 난 직후인 지난 달 26일 서울 본사에서 경기도 일산 물류센터로 급파됐다. 구호품 전달을 총괄하는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에 보낼 구호 물품의 최종 집결지로 대한통운 일산 물류센터를 결정하면서 현장 지휘를 맡은 것. 곽 팀장은 3명의 대한통운 부하 직원과, 취급 화물량에 따라 20~40명의 일용직 인부들과 함께 일산 현장에서 17일째 근무하고 있다.

그는 전국 각지의 기업·지방자치단체·봉사기관에서 올라오는 구호물품을 한데 모아 품목별로 분류·재포장하고, 구호품 박스에 적십자사 로고를 부착해 커다란 컨테이너에 집어 넣는 일을 총괄한다. 곽 팀장은 “북한으로 가는 구호품은 거의 대부분 해로(海路)로 운송되기 때문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화물을 보내기 위해서는 이런 마무리 포장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호품이 담긴 컨테이너는 대형 트럭에 실려 북한 행 화물선이 기다리는 인천항으로 향한다.

이런 과정으로 곽 팀장이 그동안 처리한 구호품 규모는 의약품 340t에 의류·음식품·생필품 등 1670t 등 2000여t. 보통 4인 가정집에서 이사할 때 쓰는 5t 짜리 트럭 기준으로 400대 분량의 엄청난 물량이다.

곽 팀장은 특히 그동안 기부자들이 보내온 구호물품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라면·쌀·밀가루·생수·된장·고추장같은 식품이 전국에서 답지됐고, 병원·제약회사 등에서는 식염수·포도당·화상치료제·의약품냉장고·휠체어·들것·간이발전기를 보내왔다. 북한 주민들의 잠자리가 마땅치않다는 보도에 침낭·이불·내의·겨울코트를, 조리시설이 없을까봐 우려된다며 휴대용 가스버너를 보낸 기업과 개인도 있었다. 또, 용천소학교 복구 등을 위한 벽돌·타일·벽지·문짝·학용품도 이 곳을 거쳐 북으로 지원됐다.

곽 팀장은 “개별 품목별로 따지면 수천가지 종류일 것”이라며 “피해 주민이 필요로 할만한 품목은 거의 발송됐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호물품은 처음에는 기업체에서 많이 보내왔고, 요즘에는 각 지방자치단체나 사회봉사단체의 정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곽 팀장은 “요즘도 오전 8시가 되면 그날 첫 구호물품 차량이 도착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차량이 들어오는 시각은 대략 밤 10시쯤이다. 덕분에 곽 팀장은 하루도 느긋하게 쉴 틈이 없다. 밤 늦게 구호품이 도착하면 이를 다음 날 오전 인천으로 보내기 위해 새벽까지 컨테이너 포장 작업을 해야 하는 것. 업무는 빨라야 밤 12시, 보통 새벽 2시를 넘겨야 끝난다.

현지 책임을 맡고 있는 곽 팀장은 그래서 지난 달 이곳에 온 이후로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거의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물류센터 한 켠, 낡은 컨테이너를 개조한 사무실에서 새우잠을 자고 식사는 인근 식당해서 해결한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힘든 점보다는 구호품이 좀 더 빨리 북한으로 건너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곽 팀장은 “북한측이 육로(陸路) 수송에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거의 대부분의 구호품이 멀리 바다로 돌아가고 있다”며 “긴급 구호 물자라는 구호품의 성격이 퇴색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지금까지 그가 취급한 구호품 중 육로로 수송된 화물은 지난 7일 트럭으로 발송된 책걸상·칠판 세트가 유일했다는 것이다.

곽 팀장은 “지난 1991년 대한통운 입사 이래 가장 강도 높게 업무를 하는 것 같다”며 “그래도 엄청난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 다시 일어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탁상훈기자 if@chosun.com
작성일:2004-05-12 08:42:33 203.255.11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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