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용천역 폭발 사고로 인한 부상자 1300여명 중 상당수가 폭발 당시의 엄청난 후폭풍과 유리파편 등으로 눈에 심한 외상을 입어 실명 위기에 처했다. 또한 사고 후 6일이 지나면서 화상·골절 등 중상자들의 회복에도 일대 고비를 맞고 있다.
28일 세계보건기구(WHO)의 현장 실태조사 3차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신의주 지역 4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370명 중 3분의 2 가량이 어린이로, 이들 4명 가운데 1명꼴로 눈에 부상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한쪽 눈 혹은 양쪽 눈 모두에 유리 파편 등이 관통하는 상처를 입었다. WHO 아이길 소렌슨 평양주재 대표는 “이 중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 한쪽 시력은 잃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폭발 사고시 건물 붕괴 등으로 인해 유리파편, 녹슨 쇳조각이 순식간에 튀면서 부상자들은 흔히 안구의 각막(검은자위 부위)에 이물질이 박히는 손상을 입는다.
삼성서울병원 정의상 교수는 “각막의 이물질은 제거하지 않으면 염증을 일으켜 각막 혼탁으로 결국 실명에 이른다”며 “염증은 3~4일 만에 일어나고, 이를 방치할 경우 1~2주 후면 시력을 잃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의 실명을 막기 위해서는 현미경이 있는 안과 수술장비와 눈 염증을 막는 안과용 항생제 등이 시급히 지원돼야 한다.
WHO는 전체 환자 가운데 15%는 중태고, 25% 정도는 다음 주중 퇴원이 가능한 경상(輕傷) 환자로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당장 처치가 필요한 부상자가 75%에 이르지만, 현지 사진과 실태 보고서 등에 따르면, 환자들은 기본적인 위생과 소독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상과 외상 어린이 대부분은 상처가 소독제나 거즈로 처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으며, 링거 주사 등 수액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다.
상처 부위가 곪으면 세균 감염으로 패혈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어린이는 경증의 화상에도 탈수현상이 잘 생겨 충분한 수액치료가 필요하다.
WHO는 병원이나 종합진료소는 물론, 의료품 창고 등이 부분적으로 파손돼 정상적인 의료 시스템 운영이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WHO는 현지에 가장 시급한 의료지원 품목으로 항생제·안약·화상 구급박스 등을 꼽았다.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 최승호기자 river@chosun.com
작성일:2004-04-28 17:53:08 203.255.11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