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6일 판문점 남북 연락관 접촉에서 남한이 보내는 용천 폭발 참사 구호물자의 육로 수송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27일 개성에서 회담을 열어 구체적인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구호물자를 언제 어떻게 받을 것인지는 물론 북한당국에 달려 있다. 남한 정부나 민간이 도움을 준다고 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수천명의 부상자와 이재민들에게 긴급 의약품과 식품을 전하는 것은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이들이 지금 어디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엊그제 공개된 현장의 사진들에서도 부상자와 이재민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짐작컨대 북한 당국이 공개하기를 꺼릴 정도로 처참한 모습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이들에 대한 구호는 시급하다.
남한의 구호품을 실은 트럭 행렬이 북한 도로를 달리는 것이 북한체제에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피해자들의 다급한 상황을 고려해 좀더 대담해질 필요가 있다. 1998년 이후 현대가 제공하는 소들을 태운 남한 트럭들이 몇 차례 북한으로 간 전례도 있다.
이번에 판문점 넘어 북한 지역에서는 북한 트럭을 이용하고 부족하면 남한 트럭으로 채우되 아무 표시를 하지 않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 외의 기술적이고 절차적인 문제들이 있다면 남북한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인천~남포를 잇는 해상 수송로를 이용할 경우 하역작업과 북한 내에서의 수송 등을 감안하면 육로 직송보다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릴 것이다. 긴급한 물자는 육로로 보내고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는 물자는 배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북한체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고 효율적인 지원 방식을 찾아내 북한 당국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그러나 무리하게 북한 당국을 자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 북한은 재앙을 당한 상갓집이다.
작성일:2004-04-26 17:58:55 203.255.11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