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공개된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현장 사진들엔 현장 조사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 외에 일반 주민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인구 5만명이 사는 곳이라곤 믿어지지 않는다.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로와 종이짝처럼 구겨진 화차 사이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도 철도 관계자로 보인다. 이번 폭발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용천소학교 사진에도 한 어린이가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 외에 교사나 학생, 학부형의 모습들을 찾기가 어렵다.
넓은 벌판 위에 파손된 건물이 덩그러니 있으나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 사진도 있다. 매몰자를 수색하는 사람이나 부서진 건물을 치우는 장비도 거의 볼 수 없다.
이 사진들은 중국의 신화통신 등이 북한 당국자들의 안내를 받아 24일 현장에서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 22일 오후 2시쯤이어서 사고 발생 후 36~48시간 사이에 찍은 것이다.
서방 언론들이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사고현장은 “열차 폭발이 일어난 주변 일대가 불바다로 변했고, 차량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울부짖는 사상자들이 가득 실려 있는 아비규환”이었다고 한다.
결국 북한 당국이 현장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주민들도 안 보이는 곳으로 소개(疏開)시킨 뒤에 신화통신 등 외신들에게 현장을 공개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사망자가 어느 곳에 안치됐는지, 1300여명에 달하는 부상자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치료받고 있는지는 25일까지도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신화통신 등은 “사고 주변 일대는 철저하게 차단돼 있는 상태다. 용천 주변인 낙원에 있다가 돌아온 한 화교는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작성일:2004-04-25 17:41:41 203.255.11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