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구(李潤求)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25일 평양방문(20∼24일) 중에 평북 룡천역 사고 소식을 접했지만 "북측이 처음에는 밝히기를 꺼려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놓았다.
이 총재는 이날 한적 기자실에서 "22일 밤 고려호텔에서 영국 BBC방송을 통해 룡천역 사고소식을 알고 이튿날 아침부터 북측 관계자들에게 사고 여부를 끈질지게 물었지만 자꾸 답변을 피했다"며 "그래서 북측 관계자들에게 국제적십자연맹(IFRC)에다 지원을 요청했다면 동족인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하지 않느냐고 간곡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23일 저녁 만찬 때도 북측 장재언 적십자회 중앙위원장에게 사고 소식을 직접 물었지만 그는 처음에는 답변을 피하다가 가까스로 어렵게 얘기를 시작했다"며 "아마 북한당국이 언론을 통해 공식발표를 하기 전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그러나 "일단 북측은 사고 사실을 털어놓은 다음에는 할 수 있는 데까지 도와달라고 정중하고 진지하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방북 중 사고현장에 가고 싶었지만 아직은 남북 간에 여러 문제가 있는만큼 IFRC를 통해 북한에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북측으로서는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사고가 발생하기 사흘 전에 평양에 상주하는 IFRC 북한대표단이 의약품을 갖고 신의주에 갔었다"며 "이 의약품이 초기 사상자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측으로부터 사고원인에 대해 바람이 많이 불어 전기선이 내려오는 바람에 폭발물과 부딪혀 (사고가) 발생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 등 호텔 투숙객들도 사고와 관련해 조심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았다고 덧붙였다./연합
작성일:2004-04-25 15:37:16 203.255.11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