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련 3월부터 北과 팩스교신…보안법 회합-통신등 혐의 적용"

‘8·15 평양 민족 통일대축전’ 방북단원 7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23일 서울지검 신태영 1차장 검사는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에게도 보고한 것』이라며 별도의 메모를 읽었다.
『통일에 대한 여망은 숭고한 민족적 합의이자 대전제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국기를 부정하고 통일에 걸림돌이 되거나 오히려 역행할 경우 실정법에 따른 엄정처리가 불가피하다.』

그는 특히 『유관기관의 의견을 듣고 일간지 및 여론을 종합해서 사법처리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방북단의 행적을 용납할 수 없다는 여론과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에 미칠 부담 사이에서 고심했음을 보여주는 말이었다.

이런 고심은 범민련 간부 6명과 「만경대 방명록 파문」의 강정구 동국대 교수 등 7명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북 이전부터 북측과 사전 교신을 하는 등 혐의가 무거운 범민련 간부들과 이번 행사 내내 여론의 지탄 대상이 됐던 강 교수는 불가피하게 영장을 청구하되, 나머지 「통일탑」 행사 참가자 9명은 불구속하는 「처벌의 최소화」를 택한 것이다.

범민련 간부 6명에겐 개인별로 국보법상 이적단체 가입 찬양·고무 잠입·탈출 회합·통신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통신」이란 이들이 방북 이전부터 북측과 교신한 혐의를, 「잠입」과 「회합」이란 이들이 범민련이 아닌 다른 단체 소속으로 위장해 방북한 뒤 범민족 연석회의에 참석한 혐의를 말한다. 검찰은 『이들이 올 3월 중순부터 북측과 수차례 팩스를 통해 사전교신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범민련 간부 6명은 대부분 과거 공안사범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전남 의장 임동규(62)씨는 79년 통혁당 재건기도 사건과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두 차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의장 김규철(67)씨는 80년대 중반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활동을 하다가 90년대 범민련에 합류한 뒤 99년 당국의 허가 없이 중국에서 북측 인사들을 만난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또 전상봉(37)씨는 98년과 99년 잇따라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검찰은 이들 이외에 백두산 등지에서 또 다른 「돌출행동」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진 사람들도 추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방북단 행적에 대한 비판여론을 외면할 수 없어 「경위를 알아보겠다」는 정도이지, 강한 수사 의지가 담긴 것은 아니라는 게 검찰 분위기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이항수기자 hangsu@chsoun.com 전병근기자 bkj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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