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중국 정부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적극적 지지 의사를 밝혔으나, 남북간의 대화 방식이 대만(대만)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또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과 함께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씩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주방자오(주방조)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뉴스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분열 이후 50여년 만의 첫 회담으로, 한반도 형세에 중대한 사건일 뿐 아니라 하나의 좋은 일”이라고 말하고, “중국은 이에 환영과 지지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주 대변인은 또 “중국은 남북한 당사자가 외부 간섭 없이 대화와 접촉을 통하여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관계를 개선하여 최종적으로 평화통일을 실현하기를 일관되게 지지해왔다”며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적극적인 진전을 얻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공헌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중국은 건설적인 작용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 98년 11월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방중 이후 일관되게 주장해온 중국의 대(대) 한반도 정책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

중국은 그러나 남북한 대화 분위기가 급속히 진전됨에 따라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하나는 한반도의 대화 방식을 양안(양안)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국제적인 무언의 압력이다. 주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자 미리 답변을 준비한 듯 긴 시간에 걸쳐 답변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전의 산물로, 2차대전이 남겨놓은 독일이나 한반도의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동서독이나 남북한은 모두 주권국가로서 국제사회로부터 널리 승인을 받지만,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으로 중국의 내정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 대변인의 발언은 대만 문제와 한반도 문제의 성격 차이를 분명히 함으로써 남북 대화가 양안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고, 중국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불식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13일 외교부 브리핑에서 주 대변인이 “외국 군대가 주둔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한 것도 ‘남북한 화해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경=지해범기자 hbjee@chosun.com

◈ 일본

남북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던 일본정부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항 영접에 가장 놀란 모습이다. 한반도를 담당하는 외무성 북동아과 관리들은 13일 오전 TV생방송을 지켜보던 중 예상치 못한 김 위원장의 등장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정부 대변인 아오키 미키오(청목간웅) 관방장관은 선거 유세차 내려갔던 지방의 공항에서 TV를 통해 이 장면을 접했다. 그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감개무량하다”는, 다소 감상적인 논평을 내놓은 것도 남북정상간 극적인 만남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이라는 분석이다.

충격 만큼이나 일본정부의 평가는 좋다. 시리아 대통령 장례식에 조문 간 고노 요헤이(하야양평) 외상은 스키점프에 비유해 “훌륭한 활강(활강)”이라며 “두 리더가 분단민족의 꿈과 희망을 실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무성의 한 간부도 “북한의 적극적 자세가 분명히 드러난 만큼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코멘트했다.

그동안 줄곧 남북대화 지지 입장을 취해온 일본정부로선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다. 일본은 7월 하순 오키나와 G8 정상회담 때 ‘남북대화 촉구’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키려 외교공작을 펼쳐왔다. 남북 정상 간 대화로 기폭된 동북아 냉전완화 국면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일본정부의 기본적 시각이다.

야마사키 류이치로(산기융일랑) 외무성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영상이 리얼타임으로 방영되는 것은 북한의 투명성 향상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일련의 적극적 제스처가 어느 정도 ‘연출’된 측면이 있다고 해도 북한의 개방자세를 의미하는 점은 분명하다고 일본정부는 해설한다.

다만 북한이 김대중 대통령을 극진하게 환대하는 데는 경제원조의 기대감이 배경으로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일본정부 관계자는 “사전교섭 과정에서 한국 측이 북한에 인프라 건설 등의 경제원조를 어느 정도 약속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례적일 정도의 환영은 그에 대한 보답 성격이라는 분석이다.

어쨌든 일본정부로선 남북 간에 기폭된 대화 무드가 일·북한으로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특히 김 대통령을 통해 전달한 ‘러브레터’에 북한이 어떤 답장을 보내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경=박정훈기자 j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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