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두 달 빨리 몸풀기(출산)를 해서 애기집(자궁)에서 달못찬아이(미숙아)로 태어난 뒤 숨쉬기(호흡)가 좋지 않으면 심장피줄조형술(심혈관조형술)과 물들체(염색체) 검사로 이상 여부를 봐야 합네다. 가렴돋이(소양성 발진)가 난 것은 아직 열물(담즙)이 안빠져 기런기고…. ”

통일이 돼 북한 병원을 찾으면 북한 의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지도 모르겠다.

북한은 한자어로 된 의학용어나 외래어를 풀어 ‘다듬은 용어’로 쓰고 있다. 지식인층이 쓰는 말을 노동자층도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남한 사람들에게는 풀어쓴 말이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북한 의학용어에는 우리말이 많다. 예컨대 신장이식은 ‘콩팥나눠심기’, 흉강내시경은 ‘가슴안보기’, S자결장은 ‘ㄹ자 불룩밸’, 혈액투석은 ‘피스밈가르기’, 신부전은 ‘콩팥맥없기’, 혈뇨는 ‘피오줌’, 폴립은 ‘살버섯’으로 부른다.

이런 단어는 남한 사람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예컨대 명의(명의)는 ‘난치나이’, 단백질은 ‘계란소’, 부갑상선은 ‘방갑상선’, ‘형광현미경’은 ‘반디빛크게보기’로 쓴다.

반면, 남한에서 한자어로 바꾼 것을 외래어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 탈장을 ‘헤르니아’, 편두통을 ‘미그레닌’, 방사선을 ‘렌트겐’, 밀도계를 ‘덴시토메터’로 부른다.

대한의사협회가 96년 펴낸 ‘남북한의학용어집’ 제작위원인 고대안암병원 김형규(내과) 교수는 “로동능력감정, 로동생리학 같은 용어가 눈에 띠어 노동에 대한 의학이 중시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으나, 자기공명영상(MRI), 레이저 등 첨단의술을 표현하는 용어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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