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평양 민족통일 대축전’ 행사 기간에 남측 대표단 인사들 일부가 김일성 생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의 글을 남겼을 뿐 아니라, 백두산 일대에선 ‘훌륭한 장군님’ ‘백두혁명’ 등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언행을 하거나 이런 글을 방명록에 남겼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22일 이번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북했던 인사들에 따르면, 남측 방북단이 18일과 19일 북한이 김 위원장의 생가라고 주장하는 ‘백두산 밀영’을 방문했을 때, 한 여성은 방명록에 “백두산 정기를 타고 나신 장군님이시라 훌륭한 장군님이 되신 것 같습니다”라는 글을 남겼으며, 일부 인사들은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내용의 ‘한별을 우러러’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방북단 중에는 이들의 행동을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백두산 밀영 근처 삼지연 방문 과정에서도 김일성 동상에 참배하거나 묘향산 혁명사적기념관에서 김일성 밀랍상을 보고 눈시울을 적시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이들은 전했다. 김숙희(여·64) 대한YMCA연합회 회장은 “묘향산의 국제친선전람관 내에 있는 김일성 밀랍상 앞에서 수십 명의 참가자들이 큰절을 올리고, 몇몇은 엎드려서 크게 울먹였다”며 “아마도 통일연대쪽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강정구 교수는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 초가집에서 30여m 떨어진 방명록 탁자까지 걸어가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을 남겼으며, 북한 TV방송 기자들이 이를 촬영했다.

또 한총련 소속 학생들 일부는 김 주석 동상 앞에서 북측 안내원에게 “이런 것 만들 돈이 있으면 인민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게 좋지 않느냐”고 하면서도, 김 주석이나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고 방북단 인사들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일운동 관계자는 “관념적으로 주체사상에 몰입된 이들이 처음 평양에 오게 되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런 저런 돌출행동을 벌인 것”이라며, “우리 손으로 남북간 화해와 교류 분위기를 망쳤다는 사실에 참담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이길성기자 atticus@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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