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사가 인민문화궁내 별도로 마련된 방에 들어서자 백발의 김씨는 눈시울을 적시면서 “정말 반갑습네다”를 연발했고, 이 여사도 “선생님, 반갑습니다”라고 고개숙여 인사했다. 두 사람은 너무 오랜만의 만남이 감격에 겨운 듯 서로 끌어안은 채 한동안 떨어질 줄 몰랐다. 이 여사가 상기된 얼굴로 “선생님, 예전의 모습이 생각납니다”라고 하자 김씨는 “알만합네까”라고 진한 북한 어투로 말했다.
이 여사는 최근 이화여고 동기생들이 졸업 60주년을 기념해 모였다고 전하고 “현재 서울에 살아 계시는 당시 선생님은 한 분도 없고, 음악을 가르치던 이순희 선생님만이 미국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그 당시 수학을 가르치던 내가 ‘호랑이 선생’이 아니었느냐”고 묻자 이 여사는 “착하신 선생님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10여분간 얘기하고 있을 때 김씨의 딸(최운영)이 60년전 김씨가 학생들과 함께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 두 장을 꺼냈다. 손을 맞잡고 사진을 보던 두 사람은 일제시대 어려웠던 세월을 떠올리면서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김씨는 동경여자고등사범학교 이과를 졸업하고 39년부터 44년까지 이화여고에서 수학교사를 하다가 해방직전 평양으로 옮겨 현재까지 살고 있다.
두 사람은 60년만의 해후가 30분간의 ‘짧은 만남’으로 그치는게 아쉬웠던지 한동안 맞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이 여사는 이에 앞서 오전에는 평양 시내 유치원과 수예연구소를 방문했으며 오후에는 평양산원을 둘러봤다. 이들 방문지는 현대적 시설을 갖춰 북한 측이 외국에서 방문한 여성 귀빈들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에게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