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랫동안 굳게 닫아걸었던 남북대화의 빗장을 풀었다. 먼저 두 정상의 평양 만남은 ‘한반도문제의 한반도화’로써 사실상 남북대화가 복원되고 서로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다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정상회담에 임하는 북한이 어떠한 진의를 갖고 있는지는 앞으로 서서히 그 베일이 벗겨질 것이다. 첫 만남에서 “우리는 실리를 추구하고 있으며 민족 간 교류와 화해를 환영한다”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언급에서 남북경협 부문은 그 성과가 가장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교류·협력 부문은 현재의 분위기로 보아 그간 낮잠을 자고 있었던 ‘남북기본합의서’ 이행 합의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북한이 빗장을 여는 정도에 따라 남북경협은 민간차원에서 정부차원으로 격상될 것이다.

남북 당사자 간 실질협력 관계의 구축은 남북 간 평화공존의 핵심요소로서 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가는 길이다. 이를 위해 남북경협은 필연적이며 ‘남북경제 공동체 형성’을 위한 선행단계로서 궁극적으로 통일 비용을 줄이는 과정이라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하되 우리는 몇 가지 일정한 기준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북한 특수(특수)에 대한 성급한 기대는 접어두고 실타래를 풀어나가듯 차분하게 북한의 입장과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고 적극 반영하여 남한에 대한 경제적 종속이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둘째, 식량지원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조건 없이, 정부차원의 경협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되’ 비등가성(비등가성) 동시 이행의 확실한 상호주의 원칙하에, 그리고 민간차원의 경협은 정경분리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북한경제회복을 위한 지원은 경쟁의식, 효율제고 등 ‘시장경제 학습기회’의 제공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편입시켜 경제공동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그동안 보여준 북한의 불가측성(불가측성) 등을 감안할 때 이중과세방지·투자보장·상거래 분쟁 조정협정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간 민간차원의 경협은 잠재적 이익에 현혹되어 위험부담을 안고 북한으로 사업진출을 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섯째, 현재 과다한 물류비와 북한 내 사회간접시설의 미비는 북한경제 회복과 남북경협의 중요한 애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전력난 해결, 항만 확충, 교통망의 연결 등 정부차원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선결조건이다. 전력난 해결은 우리의 자본과 기술을 현지의 풍부한 석탄자원과 결합해 화력발전소를 세우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에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주변 4강이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초래할 급격한 정세 변화와 그 이후의 주도권 확보를 위하여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변4강+남북한’ 교차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고 있음에 주목,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대북 투자의 경우 우리만의 지원보다 미·중·일·러시아 등도 참여하는 국제적 ‘북한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지나친 기대도 금물이며, 혼돈도 금물임을 지난 남북관계의 역사에서 보아왔다. 지금은 남북회담과 관련해 분명히 할 것은 분명히 하는 우리의 인내가 또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경협이 활성화되어 자유롭게 상대방 지역을 방문할 수 있게 되어 이산가족 상봉 물꼬도 트이고 ‘남북경제공동체’가 성큼 앞당겨지기를 기대해 본다.

/ 연 하 청 명지대 법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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