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평양 축전에 참관하기위해 방북중인 남측 일부 민간단체의 인사들이 당초 불참 약속을 어기고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 앞 개막식 행사에 참가함으로써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의 이런 돌출행동은 현재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는 물론 민간교류에도 악재로 작용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일단 사태의 추이와 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보면서 남측 방문단이 귀환한 뒤 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민간단체 인사들의 방북 행사와 관련해 정부의 무원칙한 대응과 졸속 방북허용 결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행사 진행 초기 3대헌장 기념탑 앞 행사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2001 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의 방북 신청 불허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그러나 북측이 행사를 이틀 앞둔 13일 팩스를 통해 '이번 축전 개폐막식 행사는 우리측 행사로 하고 남측은 지난해 조선노동당 창건 55돌 경축 행사때와 같은 자격으로 참가해도 무방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해오고 추진본부는 이를 '행사장소 변경'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당초 방북을 불허할 방침이던 정부는 추진본부측의 이러한 해석을 전격적으로 수용, 방침을 바꾼게 돌출 악재를 초래한 원인으로 보인다.

정부는 추진본부측의 방북 승인 재신청에 따라 14일 오후 '3대헌장기념탑 행사 불참' 각서를 전제조건으로 방북을 승인하고 밤 9시에 부랴부랴 방북자들에 대한 방북교육을 실시했다.

즉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되지 않은 민간단체 인사들의 대규모 방북을 허용하는 꼴이되고 말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는 지난해 당 창건기념 행사 때 참가자 전원에 대해 각서를 받은 것과는 달리 각 단체장에게만 각서를 받아 3대헌장기념탑 행사 참가 일부는 '각서를 쓰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또 방침을 바꾸는 과정에서 북측의 입장 확인 등을 하지 않고 단지 민간단체의 자제약속과 주장을 수용해 이같은 일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정부도 이번 사건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남북관계 전반을 감안, 민간교류의 확대 차원에서 이뤄진 정부의 방북 승인은 오히려 행사가 파행에 빠짐에 따라 국민여론의 분열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행사의 주체인 추진본부가 남한내 통일관련 단체를 총망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참가자들이 각서까지 쓴 상황에서 믿고 보낼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통일연대 등 이번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일부 단체가 보여준 정부와의 약속 무시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통일연대내 일부 단체들은 올해 활동목표로 합법성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감정과 정부의 방침을 무시한 행동은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또 6.15, 8.15공동행사를 계기로 그동안 남한내 통일단체가 모처럼 하나된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평양 기념탑 앞 행사 참가문제로 불거진 분열상은 우리 내부에 현재 존재하고 있는 `남남갈등'을 노정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당 창건 55주년 행사에 남측 인사들을 초청했을 때와는 달라진 북측의 태도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 창건 행사때 남측 인사들의 금수산기념궁전 방문 요구를 '정치적 민감사안'으로 달래가며 남측의 국민감정을 고려했던 북측의 성숙한 자세를 이번 행사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8.15 평양 행사에서 드러난 `남남간' 또는 `남북간'의 문제점은 향후 남북관계에도 당분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워 줄 것이라는게 대다수 대북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 전문가는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다방면으로 활성화되던 남북 민간단체들간의 교류가 다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며 '남북관계에 직접적인 큰 영향은 없겠지만 국민의 대북 감정 등을 추스르는데도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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