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공은 구름 한점 없이 맑았습니다. 순안 비행장에 바퀴가 닿는 순간 가슴이 마구 뛰더군요. ”

남북 정상회담 수행단과 기자단을 태우고 민항기 조종사로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녘하늘을 가로지른 아시아나 전세기 최광우(최광우·45) 기장은 “20여년 조종경력 중 가장 보람되고 가슴벅찬 비행이었다”고 말했다.

최 기장은 이날 오전 10시10분쯤 김대중(김대중) 대통령 일행을 태운 대통령 전용기에 15분 앞서 평양 순안공항에 내린 뒤, 오후 2시20분 성남 서울비행장으로 돌아왔다.

“어머니(82)와 지난 91년 돌아가신 아버지 두 분 모두 평북 벽동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실향민의 한(한)을 뼈저리게 느끼고 자랐습니다. 장인 어른(73)도 평북 정주 출신으로 6·25전쟁때 가족을 북한에 남겨두고 내려오셨죠. 비행기 트랩을 내려 부모님의 땅을 밟는 순간 눈물이 쏟아질 뻔했습니다. ”

공사 26기 출신으로 15년간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한 최 기장은 지난 93년 중령으로 예편,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주로 보잉 737기종을 몰아온 베테랑 조종사. 보잉 737기 안전운항팀장인 그는 지난 2월 회사로부터 비행안전상을 받았다.

최 기장은 “이번 비행은 극도의 보안을 요구해 가족과 아내에게도 방북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가 비행 직전에야 전화로 ‘잘 다녀오겠다’고 말했다”며 “다음엔 어머니를 모시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홍렬기자 hr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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