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땅에 첫발을 디딘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과 평양거리에 나온 북한 주민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붉은 꽃술을 흔드는 ‘북한식 환영’을 했다. 이들 환영 인파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부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김 대통령이 트랩을 내리기 앞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타나자 일제히 환호성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김정일’, ‘김대중’ 등을 연호했으나 ‘김정일’소리가 압도적으로 커서 ‘김대중’이라는 구호는 잘 들리지 않았다. 상당수는 감격에 겨워 발을 동동 구르는가 하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부는 펄쩍펄쩍 뛰어오르기도 했다. 평양 거리의 60만 환영인파는 ‘만세’ ‘김정일 결사옹위’라는 두 가지 구호를 끊임없이 외쳐댔다. 단체로 동원된 듯한 이들 환영인파는 그러나 통제하는 사람의 지시를 철저히 지키는 듯, 통제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전 10시50분 순안공항을 떠난 김 대통령 일행은 백화원 영빈관으로 가는 도중 11시10분쯤 평양 입구 연못동에서 잠시 차에서 내려 환영인파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순안공항에서 김 대통령에게 환영 꽃다발을 전달한 여자 화동(화동)들은 오른팔을 들어 머리 위로 올리는 경례를 해서 눈길을 끌었다. 이 경례는 북한에서 소년단원들이 하는 인사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런 인사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대체로 재미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환영인파들의 언행이 다소 과장되고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으로서 예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영 장면을 TV로 지켜본 전모(37·경기 고양시)씨는 “그동안 TV에서 많이 본 모습이어서 크게 낯설지는 않았지만 약간 묘한 기분”이라며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온다면 자유체제에 익숙한 우리 국민들이 그만큼 환영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장원호(29)씨는 “우리측 상식과는 달리 환영인파들이 손님인 김 대통령을 제쳐두고 김 위원장만 일방적으로 연호한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영철기자 ycpark@chosun.com

/이규현기자 whi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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