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달 31일과 1일 이틀간 옴스크에 머물며 바쁜 일정을 보냈지만 모든 일정이 철저한 비밀속에 이뤄져 그를 직접 본 민간인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일간 뉴욕타임스가 2일 전했다.

이 신문은 옴스크발 기사를 통해 김 위원장의 방문을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칼라쉬니코프 소총을 든 위장복의 저격병이 배치되는 등 경비가 강화된 것 밖에 없었다면서 김 위원장이 가는 곳마다 민병대가 배치되고 길가의 음식점은 '청소시간'을 내세워 문을 닫았으며, 연방보안위원회(FSS) 요원들이 나타나 기자와 불청객의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옴스크 방문 첫 날 옴스크 뮤지컬극장에서 아동무용단의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으나 김위원장 일행을 제외한 나머지 관중은 참석명령을 받고 나온 지방관리와 군 관계자들이었던 것으로 신문은 밝혔다.

신문은 김 위원장의 T-80 탱크 조립공장과 옴스크 베이컨사 방문도 철저한 비밀속에 이뤄진 것으로 전했다.

타임스는 김 위원장이 푸슈킨 과학도서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작게 제본된 책에 적힌 시를 20분 가까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뒤 라리사 로노마로바 관장에게 놀라움을 표시한 것으로 밝혔다.

신문은 김 위원장의 방문과 관련된 가장 구체적인 설명은 푸슈킨도서관의 직원들로부터 나왔다면서 로노마로바 관장이 'TV를 통해 김 위원장을 봤을 때는 폐쇄적이고 대화하길 원치않는 것으로 생각을 했었으나 초소형 책을 들여다보는 그의 눈에서 따뜻한 빛을 봤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신문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김 위원장을 태운 전용열차가 지나갈 때는 다른 열차들이 측선으로 옮겨지고 역내에는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봉쇄돼 왔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김위원장의 일정과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내용마저도 사후에 발표되거나 아예 발표되지 않고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면서 김 위원장이 세계의 지도자들이 자신의 속옷 취향까지도 방송을 통해 알리려는 상황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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