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 세계의 미디어들은 11일 회담 전망에 대한 각종 분석 기사들과 역사적 의미를 진단하는 기사들을 홍수처럼 쏟아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10일자(현지시각) 1면에서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 공세적인 외교를 전개하고는 있으나 북한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보도했다. 김정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변덕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바람둥이라는 평가와, 영악하고 실용적인 지도자라는 두 가지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두 가지 평가 중 진정한 김정일의 모습이 앞으로 동북아시아의 장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위크지는 6월 16일자호에서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대외적 고립을 탈피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아사히(조일)신문은 10일 “서울은 지금 정상회담 열기에 취해있다”며 방송 출판 등에서의 ‘북한 붐’을 소개하고 “냉정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 신문은 “두 정상이 회담에 임하는 입장과 생각은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남북관계의 전기가 될 중요한 자리라는 인식에서는 일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지(지)는 10일 사설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성사는 북한이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수용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김정일은 자기 자신과 정권의 생존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막상 회담 결과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르 몽드지(지)는 11일 이번 회담이 “독일식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는 화해의 초석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평하고 남북한이 좀더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또 “800만명의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국민 정서에 큰 호소력을 지니고 있으나, 분단 50년이 지난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추상적인 얘기가 돼버렸다”고 분석했다. 레 제코지(지)는 “냉전의 마지막 보루인 남북한 대치상황이 해체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북한의 입장에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주체사상의 포기란 있을 수 없지만, 이산가족 상봉에는 긍정적 제스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9일자 독일 데어 타게스슈피겔지(지)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장쩌민 중국 주석 등이 모두 이번 회담성사에 환영의 뜻을 표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남북한 당사자와 주변국 가운데 아무도 한반도의 급격한 통일을 원치 않는다고 보도했다. 인구 7000만명의 통일국가를 탄생시킬지 모르는 남북 정상회담은 주한미군 문제가 걸려있는 미국 입장에서나 이 지역 주요강국인 중국·일본의 입장에서나 껄끄러울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아일랜드의 아이리시 타임스지(지)도 “워싱턴이 정상회담으로 한미간 전통적 동맹관계가 정치·외교·안보적 타격을 입을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0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한국 기업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재적 이익에 현혹돼서 북한으로의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기념비적인 의미를 남길 뿐 이익을 못 거둘 수 있는데도,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이들이 경고 신호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강효상기자 hskang@chosun.com

/파리=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서울=이자연기자 4natur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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