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장관) 여러분들도 시야를 남쪽에만 고정시키지 말고, 이제는 북에도 시야를 둬야 하며 남북이 서로 관심을 갖고 협의할 시대가 됐다. ”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사흘 전인 9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남북정상회담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분단(분단) 극복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이는 때마침 5월 말 미·북간 ‘로마 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대)북한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되고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및 발사 유예 조치가 잇따를 것이라는 국내외의 대북 ‘해빙(해빙) 뉴스’가 전해지는 시점과 맞물렸다.

김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장관들이 대북 경제협력,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시설 및 농업 재건, 해운, 안보, 교육 등 각 분야에서 ‘북한’과 연관된 구체적 정책입안을 해야 할 것임을 염두에 두고 이같이 당부한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평양행 ‘소회’도 피력했다. “지금은 중요한 역사적 시점이며, 55년 만에 처음 남북정상이 만나는 것은 민족사에 길을 여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과거 동·서독, 그리고 중·일전쟁 후 첫 정상회담이 있었고,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있었다”며, “모든 정상회담이 꼭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후 역사를 돌아보면 그 만남이 역사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하고 싶은 얘기를 해서 서로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면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툭 터놓고 대화하겠다고 했다.

김 대통령은 끝으로 “나는 최선의 자세로 임할 것이며 국무위원들도 각별히 관심 갖고 대처해달라”고 내각에 거듭 당부했다.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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