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유명한 만화영화들. ‘소년장수’는 북한최고의 히트작이다.

북한 중앙TV는 오후 5시30분 어린이시간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시간만 되면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어린이들은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는다. 어른들도 끼인다.

역대 가장 인기가 좋았던 만화영화는 ‘다람이와 고슴도치’ ‘소년장수’다. 특히 소년장수는 고구려시대를 그린 50부작(82~97년)으로 된 대작이다. 고구려의 소년장수 쇠메와 그의 라이벌인 적 장수 호비와의 대결은 흥미진진하다. 초창기에는 10부작 이내로 하려고 했던 것을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워낙 좋아해서 계속 편수를 늘렸다는 소문도 있다. 소년장수를 방영할 때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TV앞에 모여 앉는다. 이밖에도 ‘영리한 너구리’, ‘방울소리 도적을 쳐부신 소년’ 등이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만화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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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도 마찬가지다. 책방에 만화책이 새로 나오면 먼저 구하기 위해 줄을 선다. 워낙 적은 수량이 판매되기 때문에 웬만한 행운이 아니고서는 책방에서 만화책을 산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만화책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부모를 둔 학생은 학급에서 인기가 좋다. 1970년대에 최고의 히트를 쳤고 만화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다람이와 고슴도치’는 고슴도치와 다람쥐, 오리가 아군이고 족제비, 쥐, 독수리 등을 적으로 설정해 놓고 벌이는 전쟁만화다. 또다른 인기작 ‘만덕산의 검은 그림자’는 북한 내부에 침투한 지주출신의 간첩을 잡는 소년단원들과 보안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북한의 만화영화 제작기술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서방권으로부터 작품을 수주받고 있다. 북한 만화영화의 산실은 4·26 아동영화촬영소다. 연출가 손종권, 시나리오 김용권, 미술 김택전·김종철, 음악 김명희 등이 실력꾼으로 꼽힌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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