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 최남단 국경의 핫산 역(驛). 두만강 건너편 북한에서 열차가 대륙으로 들어서는 첫 관문이다.

북한과 러시아, 중국 국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사이로 두만강이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북

한 쪽 두만강역 주변 마을에서 스피커를 통해 간간이 노랫소리가 들려올 뿐, 강가나 협동농장 주변에 북한 주민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4일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 뒤 이곳 국경의 경비가 더욱 삼엄해졌다. 러시아와 북한인 이외의 모든 외국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고, 다음달부터는 내국인도 통행허가증이 없으면 통행이 금지된다고 한다.

지난 4일 오후 2시쯤 러시아 국경수비대가 육중한 굉음과 함께 닫힌 철로의 바리케이드를 열자 북한에서 출발한 한 량짜리 열차가 덜컹거리며 역내로 들어왔다.

40여명의 북한 사람들이 내렸다. 평양에서 이곳까지 꼬박 1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그중 한 명에게 ‘지난 5월 25일 남북 철도를 연결하는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시험 운행이 취소되어 아쉽다’고 말을 걸자, “미국 놈들이 마지막까지 승인을 안 해줘서 그렇지”라고 했다.


◇러시아 연해주 최남단 국경도시 핫산. 두만강 위로 놓인 철로는 왼쪽으로 북한의 두만강역, 오른쪽으로 러시아 핫산 역으로 이어진다. 강 건너편에는 중국 길림성 훈춘의 방천 국경전망대가 마주보고 있다. 아래는 핫산 출입국 관리소 앞의 북한 벌목공들. /최순호기자 choish@chosun.com

그는 “미국이 없었다면 5년 전에 기차가 다녔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을 알고 있느냐”고 다른 북한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했다.

“왜 쐈느냐”고 묻자 “지구를 싹 쓸어버리고 우리끼리 조용하게 살려고 그런 것”이라고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최순호기자 choish@chosun.com
/두만강 핫산= 최순호기자 chois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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