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세계 108개 국가와 교역 관계에 있는 만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실효성은 크지 않으며 오히려 프랑스와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 기업의 사업기회를 가로채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세문 미 사우스 알라배마대 교수는 9일부터 이틀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리는 한국경제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할 ’북한 탈선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대응’(U.S Economic Responses to North Korea’s Digressions)이라는 주제 발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장 교수는 “북핵 위기와 관련해서 경제제재를 가할 때 크게 두 가지 고려 사항이 있다”면서 “하나는 ’과연 새로운 경제제재가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다자적 경제제재가 가해질 수 있나’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북한은 국민총생산(GNP)의 13.8% 이상을 외국과의 교역에 의존하고 있는만큼 새로운 경제제재는 북한 경제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면서 “다만 이는 북한에 대한 모든 수입과 수출을 성공적으로 금지시켰을 경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4년 기준으로 북한은 세계 108개 국가와 수입, 수출 관계를 가지고 있어 미국은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해상 봉쇄 외에는 북한에 대한 완벽한 경제적 차단을 가하기 힘들다”면서 “특히 중국과 남한이 대북 경제제재에 참여해야만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지만 이들 국가들은 탈북자 양산 문제 등을 우려해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미국이 법안을 통해 북한에 대한 모든 무역행위를 금지시킬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 경우 미국이 지난 1992년 쿠바에 대해 자국 기업들의 수출 및 교역을 금지했을 때 프랑스와 스위스, 다른 유럽 국가들이 미국 기업들의 자리를 대신한 것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장 교수는 “북한은 경제성장을 위한 해외 투자가 절실하며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다른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금융 지원 등을 받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북한과 남한,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인적.경제적 자원의 낭비 없이 어떻게 북핵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지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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