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결의후 긴박했던 北·中관계 내막

북한 외교당국이 지난달 15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중국측에 격렬한 항의와 분노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시사월간지 쟁명(爭鳴) 최신호는 8일,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의 찬성으로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북한과 중국 외교당국 간의 긴박했던 상황과 평양을 방문한 후이량위(回良玉) 부총리가 냉대를 당한 내막을 소개했다.

먼저 중국이 대북 제재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자 마자 북한 외교부는 16일 새벽 우둥허(武東和) 평양 주재 중국대사를 긴급히 불러들여 중국 정부에 강력한 불만의 뜻을 전달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중국 정부의 신의를 저버린 행위는 조선 노동당과 정부를 매우 경악스럽게 했다”며 “향후 발생하는 유사한 사태에 대해선 중국이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아침 베이징에선 최진수 북한 대사가 중국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외교부측은 리 부장이 중요한 업무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면담을 거절했다.

그러자 최 대사와 참사, 무관 등 북측 외교관 11명은 차량 3대에 분승, 무턱대고 외교부 청사로 달려왔다.

중국 외교부측은 어떤 통지도 받지 못했다며 응대를 거절했고 2시간 넘게 서로 대치한 후에야 북측 외교관들은 청사를 떠나야 했다.

이렇게 북·중 관계가 악화된 원인은 단순히 결의안에 대한 중국측의 찬성 때문만은 아니다.

북한 제재안에 반대했던 중국이 8일 만에 입장을 바꾼 원인은 따로 있다는게 쟁명의 시각.

북한은 지난달 11일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베이징으로 보내 미사일 사태, 6자회담 등 현정세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원조액을 늘려달라는 내용을 담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후 주석에게 전달했다.

대북 원조액을 연간 120억위안(약 1조4400억원)에서 300억위안으로 늘리면서 이중 100억위안은 에너지, 식량, 경공업품으로, 100억위안은 외환현금으로 제공해주고 나머지 100억위안은 북측이 직접 원조물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북측의 요구.

중국도 동시에 후이 부총리와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을 평양에 보내 김 위원장에게 직접 중국의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양 부위원장을 만난 후 주석은 그러나 원조계획보다는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첫째는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의 원칙적 입장으로 북한 발전이나 지역안정, 국제사회 지지확보에 유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이 이를 구실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북한이 6자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해야만 회의석상에서 요구안을 관철시킬 수 있고 셋째는 한국과 안정적인 상호신뢰 관계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수동적인 입장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

이런 세 가지 조건을 수용하면 북한의 경제발전을 돕기 위해 에너지, 교통, 식량 등 문제에서 원조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취지로 후 주석은 양 부위원장을 설득했다.

그러나 북한측은 후 주석의 이런 입장이 실질적으로 원조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해석했다.

결국 김 위원장은 후이 부총리와의 면담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후이 부총리는 초대소에서 6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김 위원장이 외부에 군사활동 시찰을 나갔기 때문에 회담을 취소할 수 밖에 없다는 통지를 받았다.

후이 부총리는 15일 낮에 베이징으로 귀국했다./홍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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