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국방개혁예산’ 총 621조…매년 6.6%씩 증액 무슨 돈으로?

“‘자주국방’은 안보 개념이 아니라 정치 구호의 성격이 짙다.”

한 전직 국방 고위당국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 정부가 작년 9월 발표한 ‘국방개혁 2020’을 놓고 평한 내용이다. 엄청난 예산이 들 텐데 정말로 실행에 옮길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국방부와 합참 고위 관계자들이 국방개혁안과 관련해 줄곧 “국회와 국민 여론의 전폭적 지지가 필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의 핵심도 바로 예산이다. ‘혼자’ 힘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면 비용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의 한·미 연합사 체제가 해체될 경우 가장 큰 전력상의 구멍은 역시 정보·정찰과 첨단 무기다. 국방부는 전시 작통권을 가져올 2012년까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4대(1조5878억원)와 공군 F-15K 전투기 도입(5조4000억원), F-15K급 전투기 20대 추가 도입(약 2조원), 7000t급 이지스함과 214급 잠수함 도입(3조1500억원) 계획 등을 밝혔다.

이를 포함해 국방부는 2020년까지 필요한 예산으로 총 621조원을 제시했다. 매년 평균 6.6%씩 늘려야 한다. 국방부는 “향후 15년간 (명목)경제성장률이 7.1% 정도로 예상된다”며 “확보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전시 작통권 환수 목표연도인 2012년까지 필요한 15조750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007~11년까지 매년 평균 9.9%씩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 관계자의 답변은 다소 애매하다. 그는 “재정범위에서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국방비 증가율이 연평균 명목 성장률 7%대보다 높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자주국방 예산을 따로 정의 내리기 어렵고 그런 용어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사적으로 만난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현재의 성장을 유지하겠으며, 설령 가능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내년까지인데 어떻게 5년간 매년 10%정도씩 늘린단 말이냐”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원 역시 “최근 몇 년간의 경기둔화 속도, 인구 감소 현상 등을 감안할 때 연간 7.1% 성장은 어렵다”고 말했다./권대열기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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