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작통권 환수 ‘로드맵’의 허실
“핵·미사일·생화학 무기 대응능력 없고 美 도움없인 北밀착감시·정찰에 한계
육군 탄약비축 9일뿐… 군수계획 부실”


10월이면 한·미동맹의 ‘청사진’이 나온다.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통해서다. 1978년 이후 한미연합사령관이 주도해온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단독 행사하도록 하는 로드맵(향후 일정)이 합의될 예정이다. 이 로드맵이 실행에 옮겨지면 연합사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드러난 골격에 따르면 한국군은 정말 ‘자주 국방’을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우려와 대책을 들었다.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은 지난 3일 “우리 군의 작전능력 향상 속도를 봤을 때 2012년이 되면 독자적 대북 전쟁 억제 능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예비역 대장)은 “연합사의 존재와 미의 대규모 증원전력에 대한 북한의 두려움이 있어야 억지력이 유지된다”고 했다. 연합사가 해체되면 대규모 증원전력도 기대를 줄여야 한다.

전직 국방정보 당국자도 “반격을 받아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져야 전쟁을 일으킬 엄두를 못 내는 것”이라며 “5년 후에도 그런 능력에 가장 근접한 나라는 미국뿐이라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스커드 미사일 600여 발, 노동 미사일 200여 발, 장사정포 1000여 문, 세계 5위 화학무기…. 북한이 실전 배치한 대량살상무기들이다. 버튼만 누르면 남한 어느 곳이든 불바다로 만들 수 있고, 파멸을 몰고 올 수 있다. 핵무기도 있다.

박용옥 전 국방차관은 “북한은 적어도 남한을 완전히 망가지게 해코지할 능력은 보유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국방부의 전직 실장도 “실제 겁나는 것은 자포자기성 도발”이라며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와 가장 우수한 선제 정밀 타격 능력을 갖고 있는 미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새 로드맵에 따르면 연합사 체제의 ‘작전계획 5027’ 등에 대한 전면 수정도 불가피해진다. 작계 5027은 탄약과 부품 등 미국의 각종 군수물자 지원 계획도 담고 있다. 합참 C4I부장을 지낸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은 “독자 작전을 하게 되면 군수 물자 자체 조달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소장을 했던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 군 자체 탄약 보유량으론 해군 50일, 공군 18일, 육군 9일 정도밖에 전쟁을 치를 수 없다”고 했다. 김재창 예비역대장은 “미국이 한반도의 전쟁예비물자(WRSA)를 폐기키로 했기 때문에 한국군의 ‘전쟁지속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로드맵에 따라 무기를 확보했더라도 단기간에 독자 능력을 자신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육·해·공 전력을 자기 완결적으로 통합 운용하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전력·무기 운용 훈련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수 한양대 교수는 “현대전의 핵심인 네트워크전을 위해 모든 정보·전력을 네트워크화해야 하는 요소도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2012년이면 북한에 대한 독자적 감시·정찰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조기경보기, 위성 등을 예로 든다. 전문가들은 “그 정도론 어림없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KH-12 정찰위성, DSP 조기경보위성에다 U-2 정찰기가 합세하고 ‘글로벌 호크’ 등 저·중·고 고도 무인정찰기를 동원한다.

돈·의지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는 한계도 있다. 황진하 의원은 “동맹에서 멀어지면 장비 구매도 어렵다”며 “글로벌 호크의 경우 미국은 일본, 호주, 싱가포르에만 팔고 우리 요구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작통권 환수가 새 시대에 걸맞은 한·미동맹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작통권 문제는 미국을 자극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동맹의 와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국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금 한·미동맹 변화는 ‘담보’대출에서 ‘신용’대출로 바꾸는 것인데 문제는 미국이 한국을 더는 신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당국자도 “문제 제기의 방식과 성격에서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고 했다. 작년 방한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미국도 자주 국방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군을 비롯한 동맹군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장일현기자 ihjang@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