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책임연구원
주한미군 타지역 운용 논의해야


미국의 대표적 안보 싱크탱크인 랜드 연구소 책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박사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군사문제 전문가다. 90년대 말 한·미 양국군이 북한의 화학무기 위협을 재평가해 종전 대비책을 완전히 뜯어고친 데엔 그의 분석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미나 참석차 방한했던 그를 지난달 28일 만났다.

―최근 한·미 간에 각종 안보 현안을 놓고 이견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하다. 북한과 관련한 이슈에 있어서 미국과 한국 간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북한에 대한 원조 계획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양국 간 이러한 견해 차가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계속해서 이런 차이(gap)를 극복해 나가려는 행동과 합의가 중요하다.”

―북한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 국방부는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는 수단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마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그럴 것이다. 일본의 경우 랜드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3년 전부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적극적으로 총리가 나서 다각도에서 위협에 대비하는 수단을 구축했다.”

―한미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데.

“최근 한미 간의 가장 중요한 군사적 이슈는 주한 미 공군 공대지(空對地) 사격장에 관한 문제다. 미군 공군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훈련 기회가 없으면 승진 기회도 박탈될 수 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공군 사격장이 없는 한국에 누가 오려고 하겠는가. 용산 사령부에 있는 친구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6명의 공군이 한국에 오도록 발령이 났는데 3명은 한국에 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군대를 그만두었고, 나머지 3명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회피했다. 그만큼 한국은 유능한 조종사들이 오기 주저하는 곳이 됐다. 진급에 장애가 되고 손해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주국방 정책에 대한 의견은.

“최근 워싱턴에선 한국의 자주국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세다. 자주국방이라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국이 주도권을 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한국이 국방비를 지불할 경제능력이 된다고 판단된다. 이것은 작전통제권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인 문제다. 따라서 오늘날 한미 간 논의되고 있는 군사적인 문제들은 한국측엔 국방예산과 국방역량에 대해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해주고, 미국측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한국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집중 검토해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작전 통제권을 한국이 단독으로 행사하는 시기를 놓고 한미 간에 이견이 있는데.

“북한의 김정일이 내일 죽는다고 생각해보자. 이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과연 누가 작전통제권을 가져야 하는가. 미국이 가져야 하는가. 나는 한국의 사령관이 이러한 상황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상황에 있어서 한국이 작전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데에는 2009년이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본다. 양국 정부 간에 작전 통제권뿐만 아니라 여러 국방 사안들에 관한 책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전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단독으로 주어지면 주한 미 지상군 등 추가 감축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작전 통제권과 지상군의 철수는 다른 차원의 얘기다. 이제는 미군 지상군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미국과 한국이 협상해야 한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지상군이 다른 지역에서 위험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도 협상해야 한다. 이것은 미래에 한국과 미국이 지속적으로 협상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미군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 의해 미군 무기가 많이 손상됐다는 점이다. 미군은 현재 손상된 무기를 복구하거나 새로 구매하기 위해 700억 달러의 예산을 신청한 상태다. 아마도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국에 있는 미군의 군사장비들을 다른 곳으로 수송해야 할지도 모른다.”/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김현진기자 bor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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