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교착국면 타개여부 관심 집중
방북일정-특사 자격 아직 미확정


북핵 6자회담의 교착 등 꼬일대로 꼬인 북미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대북 특사’의 성격을 지닌 미측 고위인사의 방북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8일 “미국 민주당내 대표적 ‘북한통’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북한을 방문하는 방안을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해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현재까지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 일정 등은 잡히지 않았고, 미 행정부 특사의 지위를 부여받게 될 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리처드슨 주지사가 방북하게 될 경우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져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으나 주지사 자격이나 과거 리처드슨 주지사의 활약 등을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는 ’대북특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리처드슨 주지사는 과거에도 북한을 방문해 고위인사들과 접촉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그의 방북 문제는 현 6자회담 교착상태 타개 방안의 하나로서 생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미간 정부 차원의 대화가 단절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통’인 그가 북한을 방문, 북측 고위인사들과 만남을 갖고 미사일 문제와 6자회담 재개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뒤 북한 지도부의 입장을 백악관에 보고하게 된다면 의미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포함, 6자회담 재개방안을 모색하고 북미 양자대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각종 외교카드들이 대부분 소진된 상황에서 리처드슨 주지사가 북-미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된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인 1997년 2월초부터 1998년 8월까지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리처드슨 주지사는 1996년 11월 하원의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간첩죄로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혼혈 미국인 에번 헌지커 씨를 석방시키는 등 대북 교섭에서 역량을 발휘해 왔다.

현재까지 5차례 북한을 방문한 그는 9.19 공동성명 채택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10월에도 방북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과 면담을 갖고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 바 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지난 달 29일 민주당의 외교정책 비전을 밝히는 대국민 라디오연설을 통해 대북 교착상태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촉구하는 등 꾸준히 북미 양자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 왔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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