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관계자는 7일 미국이 전시(戰時) 작전통제권을 조기에 한국군에 넘기려는 이유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2012년 환수’를 주장하고 있다고 보고 이에 따른 반감으로 나온 역공(逆攻)”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최근 한국과 전시 작통권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2012년부터 한국 정부가 전시 작전권을 혼자서 행사한다는 것은 군사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현실성이 없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2012년 환수’를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미국도 군사적인 합리성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이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정부 당국자에게 확인하자 “공식 협상장에선 그런 식의 말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협상장 밖에서 하는 말을 종합하면 미국이 우리측에 대해 토라진 것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가 전시 작통권 문제를 놓고 다분히 감정싸움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측 관계자들은 한국 정부의 2012년 환수 주장에 두 가지 정치적 목적이 개입돼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2012년’이란 시기에는 현 정부가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2012년 환수를 위해서는 구체적 인수 작업이 2009년쯤에야 시작된다.

그 즈음부터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들이 나타나면서 논란이 커질 텐데 그 때는 이미 현 정권이 끝나 있을 시점이라는 것이다.

“미국측 관계자는 현 정부가 주장해서 하는 일인 만큼 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2009년에 넘겨 받는 것으로 하고 내년 중에 이 정부가 일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고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우리 정부가 ‘환수’라는 용어를 쓰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측은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미 작통권 이야기가 나왔던 3년 전부터 미군은 ‘환수’라는 말을 쓰지 말아달라고 한국측에 요구했다”며 “그러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한 청와대 쪽에서 ‘환수’라는 말을 꼭 써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와 외교부 등에서도 논의 초기에 환수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청와대에서 거부했다”며 “미국측은 한국 정부가 작전권 ‘단독 행사’라는 말보다 ‘환수’라는 말을 쓰는 방법으로 ‘자주(自主)’ 이미지를 내보여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용어에 대한 양국의 이런 입장차 때문에 정식 협상을 앞두고 외교부는 다시 한 번 적절한 표현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양한 작통권을 거둬들인다는 의미에서 공식적으로는 환수(withdraw)라는 단어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반면 ‘단독행사’라는 표현은 작통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문제보다 어떻게 행사하느냐는 행사 방법에 중점이 있는 표현이어서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대열기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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